록그룹·현대무용… 가야금과 通하였느냐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0.11.18 03:01

황병기 창작인생 50년 헌정공연

가야금 명인 황병기(74)씨는 지난 주말 주빈 메타가 이끄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연주회에 다녀왔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때문이었다. "1959년 '봄의 제전'을 처음 접했을 때 신천지가 열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왜 우리 가야금엔 이런 새로운 작품이 없는지 고민하게 됐다." 스트라빈스키에서 시작해 쇤베르크,존 케이지, 백남준까지 내려오는 20세기 서양 현대음악 답사는 황병기 명인이 1962년 한국 최초의 가야금 창작음악인 '숲'을 작곡하는 밑거름이 됐다.

황병기 명인의 창작 인생 50년을 앞두고 음악·무용·미술 분야의 대가와 젊은 예술인 52명이 그의 작품만을 주제로 그에게 바치는 헌정 공연이 마련된다.

칠순을 훌쩍 넘긴 황병기 명인은“편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새로운 음악이 들린다”며“남성 2인조 그룹‘노라조’의‘슈퍼맨’을 꼭 들어보라”고 권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중학교 때 처음 접한 가야금을 필생의 업(業)으로 삼은 황 명인은 우리 창작음악의 1세대다.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로 있다가 2001년 정년퇴임했고,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02년 제10회 방일영 국악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1974년 유럽 공연을 앞두고 신라 음악을 되살린 '침향무', 신라 고분에서 발견된 페르시아 유리그릇에서 영감을 얻은 '비단길'…. 50년 창작 인생에서 나온 음반은 5장이지만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내 작품은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자기 복제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초기작 '숲'에서 백제가요 '정읍사'에서 소재를 딴 최근작 '달하 노피곰'까지 그의 작품을 들어보면 우리 소리의 유산을 껴안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이고 깊은 호소력을 지닌다.

헌정 공연은 이번 공연의 정수를 모은 서곡 형식으로 시작한 뒤 '숲' '영목' '고향의 달' '미궁' '산운' '하마단' 등 그의 대표작을 각 분야 예술가가 자기 스타일로 표현하고, 황병기 명인이 '달하 노피곰'을 17현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문을 닫는다. '숲'은 일본인 기타리스트 가즈히토 야마시타가 딸과 함께 연주하고, '미궁'은 록그룹 '어어부프로젝트'의 연주로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몸으로 풀어낸다.

"나는 국악인이지만 우리 것이 제일 좋다는 소리는 안 한다. 애국심으로 국악을 들을 수는 없다"는 황병기 명인은 "클래식이나 재즈, 팝은 물론 인도·아프리카 음악도 들어봐라. 편견을 버리고 귀를 기울이면 우리 음악이 절로 좋아진다"고 말했다.

▶'2010 황병기의 소리여행―가락 그리고 이야기', 12월4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02)548-4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