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책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 "모든 연극인에게 문 활짝 열 것"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11.11 00:19

"배우에게 월급 주면서 출퇴근을 의무로 하는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예술적 긴장이 없거나 성장하지 않는 사람은 쓰지 않을 것이다. 작품마다 모든 연극인에게 문을 열어 놓고 재능 있는 사람을 기용하겠다."

국립극단 제공
'재단법인 국립극단'의 첫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연출가 손진책(63)씨는 10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열린 국립극단'을 강조했다. 60년 역사의 국립극단은 올 초 국립극장 전속단체에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손 감독은 "연극계 전체에 도움되는 국립극단으로 거듭나겠다"며 "작품별로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선발하지만, 레퍼토리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시즌 계약제로 갈 것"이라고 했다.

서라벌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연극 '한네의 승천' '죽음과 소녀', 마당놀이 '삼국지' 등 100여편을 연출했다.

그는 "'극단 미추' 대표 자리는 아내(배우 김성녀)에게 넘겼다"면서 "나는 이제 연출가가 아니라 CEO로서 조직의 얼개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임기 3년간 그것만 다져도 성공"이라고 했다.

손씨는 지난여름부터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제의받았지만 고사(固辭)했다. "CEO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 국립극단이 젊은 힘으로 가동됐으면 하는 바람, 극단 미추 걱정 등이 나를 붙잡았다"면서 "너무 고집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손진책의 국립극단'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는 "예산·인사·제도부터 작품 발굴, 관객 개발 등 할 일이 태산"이라고 했다. 또 "일회성 공연이 아닌 레퍼토리를 지향하고, 서울 밖으로 관객을 찾아가고, 배우·극작가·연출가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1월 희랍 비극 '오이디푸스왕'(연출 한태숙)으로 출발하지만 창작극을 우선으로 삼겠다. 셰익스피어 등 명작은 물론 번역극도 우리 정서와 맞으면 한다. '청소년을 위한 좋은 연극'도 기대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