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쉬운 음악만? 우리도 '수준' 있거든요"

  • 대전=김기철 기자

입력 : 2010.11.04 03:04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침을 여는 클래식'
주부 대상 음악회 편견 깨고 고급 레퍼토리… 애호가 몰려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는 드뷔시의 마지막 소나타입니다. 원래 소나타 여섯 곡을 쓰기로 작정했으나 세 번째로 바이올린 소나타를 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만년에 집시 음악의 영향을 받은 것도 연주를 듣다 보면 느끼실 겁니다."

2일 오전 11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서울대 교수의 짤막한 설명과 함께 연주가 이어졌다. 원형극장 1층 객석을 가득 채운 청중 400명은 드뷔시의 음악에 실린 20세기 초반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몽롱한 시절로 함께 날아갔다. 그리그 소나타 3번, 쇼숑의 '시'가 이어졌고,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이 대미를 장식했다. 웬만한 독주회 뺨치는 진지한 레퍼토리에도 청중들은 악장 중간에 박수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음악에 빠져들었다.

지난 2일‘아침을 여는 클래식’에 해설자 겸 연주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왼쪽에서 두 번째).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제공
대전문화예술의전당(관장 임해경)이 2005년 시작한 '아침을 여는 클래식'은 특별하다. 한 달에 한 번 화요일 오전 11시에 하는 주부 대상 음악회라는 점은 여느 콘서트와 비슷하지만, 클래식 애호가를 겨냥한 본격 연주회라는 점은 유별나다. 올해 이 무대에 선 연주자들의 면면도 쟁쟁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주자 채재일씨, 피아니스트 최희연 서울대 교수와 실내악단 콰르텟 21 등 국내의 대표적인 실력파 연주자들이 다녀갔다. 아침 연주회라고 대중에 영합하는 쉬운 작품이나 소품이 아니라 본격적인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들려준다.

이경선씨는 "아침 공연이라 전날 밤잠을 설쳤다"면서도 "청중들이 이렇게 진지하게 음악을 들을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음악회에 참석한 주부 정한미(47·대전 둔산동)씨는 "함신익씨가 대전시향을 지휘할 때는 남편과 두 딸 모두 대전시향 공연을 빼놓지 않고 보러 다녔다"면서 "여기 오는 분들의 수준이 꽤 높다. 소품보다는 본격적인 소나타나 진지한 작품을 듣기를 원한다"고 했다. 다음 달에는 바로크 전문 성악 솔리스트 앙상블인 '바흐 솔리스텐 서울'이 공연한다. (042)610-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