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03 11:06

사랑하는 이를 잃었을 때 누구나 슬픔에 빠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세상은 그대로다. 해는 똑같이 떠오르고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똑같이 바쁘다. 나에겐 세상의 종말이 온 듯 한데 다른 사람들은 일상을 영위한다. 이 소통할 수 없는, 엄청난 감정의 격차를 감당하기 힘들다.
뮤지컬 '렌트'로 유명한 안소니 랩의 '위드아웃 유'는 제목 그대로 '상실'과 그 극복을 이야기하는 모노뮤지컬이다. 그는 조나단 라슨의 히트 뮤지컬 '렌트'의 오리지널 멤버로 13년간 '마크' 역을 소화했다. 지난해 10월엔 아담 파스칼 등과 함께 KBS홀에서 '렌트'를 공연하기도 했다. "어, '렌트'가 이런 작품이었구나"하는 느낌이 들만큼 오리지널의 진한 맛을 선사했다.
'위드아웃 유'는 안소니 랩의 실제이야기를 무대에 옮겼다.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배우를 꿈꾸던 그가 '렌트' 오디션에 합격해 무대에 서고, 첫 공연을 앞둔 전날 원작자 라슨이 심장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뜨고, 동성애자임을 주위에 고백하고, 암 투병에 고통받던 어머니와 이별을 하는 고통의 기억을 담담하게 무대에 펼친다.
'렌트'에 삽입됐던 '사랑의 나날(Seasons of love)' '오직 오늘 뿐(No day but today)' 등 유명 곡들을 부르며 1인 다역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슬픔이 주조를 이루고 있지만 철저하게 감정의 과잉은 자제하며 혼자서 100분간 무대를 이끈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 평범한(?) 얼굴, 그러나 '참, 노래를 편하게 한다'는 느낌 속에 진실이 묻어난다. 뒤로 갈수록 스토리가 늘어지는 맛은 있지만, '렌트'의 유명 넘버와 메시지를 자신의 이야기와 무난하게 엮어 깔끔한 소품을 완성해냈다. 뮤지컬이란 수단이 삶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음을 소박하게 보여준다.
상실의 고통이 커도 살아남은 자는 살아가야 한다. 작가 김훈의 표현대로 '삶은 살아내어야 하는 것'일수도 있고, 안소니 랩이 보여주듯 상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게 먼저 떠난 이에 대한 예의다. '위드아웃유'는 지난 2006년 책으로 먼저 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최근 번역판이 국내에 나왔다. 공연은 7일까지 KT&G 상상아트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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