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03 09:42

"이번엔 '누름의 미학'입니다!"

뮤지컬스타 홍지민과 친한 단어는 에너지, 발산, 발광(?) 등이다. 무대 위에서 모든 걸 쏟아붓는다. 최근작만 봐도 '드림걸즈'부터 '메노포즈', '톡식 히어로'에 이르기까지 땀과 열정, 웃음에 몸을 바쳤다.
이런 그녀가 다소 '엄숙한' 수녀로 변신한다. 오는 18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넌센세이션'의 허버트 수녀다. 다섯 수녀 가운데 가장 점잖은 캐릭터. 발산과 발광이 아니라 억제와 누름이 필요하다.
"원래 하고 싶었던 역은 엠네지아였어요. (엠네지아는 십자가에 머리를 부딪혀 4차원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 하지만 미혜 언니(제작자이자 배우 황정민의 아내)가 노래풍이 허버트와 맞는 배우는 너밖에 없다고 하더군요.(웃음)"
'넌센세이션'은 유명한 '넌센스' 시리즈의 다섯번째 버전. 이야기틀은 1편과 비슷하지만 무대가 라스베이거스로 바뀌었다.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연하러 라스베이거스에 온 수녀들, 전작과 마찬가지로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엠네지아 수녀가 엉겁결에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트리면서 일이 점점 꼬이게 된다.
홍지민이 연기하는 허버트 수녀는 원장 다음의 2인자로 군기반장이다. 원장 수녀가 철없는 행동을 할 때 옆에서 잡아주고, 후배 수녀들의 고민상담을 들어주는게 전공이다.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 작품, 이 역할을 하게 된 것이 하느님의 뜻이 아닌가 생각되요. 약간 들떠있고, 뭔가 변신이 필요할 때 딱 허버트를 만났거든요."
쭉 튀는 역할만 해서인지 처음엔 허버트와 잘 교감이 되지 않았다. 덕분에 원장 수녀로 출연하는 대선배 양희경에게 야단도 많이 맞았다. 이 작품을 계기로 연기 수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단다. 지난해 제15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실력파지만 전혀 거품이 없다.
개인적으로 이번이 '넌센스' 시리즈 네번째 작품이다. 1997년 서울예술단 시절 위문공연으로 꾸민 '넌센스'를 시작으로 '넌센스 잼보리'(2003) '넌센스 넌크래커'(2006)에 출연했다.
"넌센스 시리즈는 할 때면 마음이 참 편해져요. 고난과 시련을 겪고나면 축복된 삶이 온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잖아요. 배우를 계속 해야하나, 말아야하나로 고민할 때 '넌센스'가 큰 도움이 됐어요." 그녀의 말대로 허버트 수녀가 부르는 노래 가운데 이런 가사가 나온다. '최고의 패를 쥐고 승리할거야. 이 구름이 지나면 태양이 널 비출거야.'
출연진이 다 여자라 좋은 점이 뭐냐고 묻자 "연습실에 먹을 게 많다"고 답한다. 모두다 '바리바리' 싸오기 때문이다. 누군가 예쁜 옷을 입고 오면 즉석에서 벗겨 다 돌려 입어보기도 한다.
홍지민의 본성상(?) 아무리 감정을 눌러도 타고난 코믹코드와 천부적인 애드리브가 딴데 가지는 않을 것이다. "감정은 최대한 누르겠지만 호탕하고 웃음 많은 허버트의 캐릭터는 최대한 살리겠다"며 깔깔 웃는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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