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0.28 03:03
[리뷰]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 리사이틀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65·Perlman)은 전동휠체어를 몰고 미끄러지듯 무대 위로 빠르게 달려나왔다. 피아니스트 로한 디 실바는 두어 걸음 뒤에서 그를 따랐다.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은 펄만은 19년 만의 내한 공연을 기다려온 애호가들의 갈증을 남김없이 풀어줬다.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으로 이름난 이 거장은 모차르트·베토벤·브람스·슈만 등 고전·낭만파 음악가들의 작품을 골고루 연주하면서 날 선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모차르트 소나타 F장조는 반짝거렸고, 베토벤 소나타 '크로이처'에선 영롱한 소리를 빚어냈다.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환상소품' 중 마지막 '불과 같이 맹렬하게'에서조차 현(絃)은 가식 없이 부드러웠다. 네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뒤 평생 불편한 다리로 살아왔으면서도, 삶과 음악에 대한 넉넉한 태도에서만 나올 법한 자연스러움이었다.
연주에 탄력이 붙은 펄만은 슈만까지 끝낸 뒤 무대에서 일단 물러났다가 다시 나왔다. 악보 뭉치를 뒤적거리며 즉석에서 작품을 골라낸 펄만은 크라이슬러, 브람스부터 거슈윈까지 종횡무진이었다. 백미는 영화음악 거장 존 윌리엄스의 '쉰들러 리스트' 삽입곡이었다. 유대인 학살의 비극을 담은 이 영화에서 펄만은 바이올린 솔로를 직접 연주했었다. 시대의 아픔과 비애가 물씬 밴 선율이 흘러나오자 청중들은 숨소리를 죽였고, 열정적인 박수로 화답했다.
기립박수까지 이끌어낸 당대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의 호연(好演)에 비해, 주최측의 세련되지 못한 공연장 밖 진행은 눈에 걸렸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시리즈로 초청된 펄만은 공연 전날 입국하자마자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로 직행, 기자회견에 나섰다. 회견장의 펄만은 현대카드 로고 숲에 둘러싸인 상품처럼 보였다. 최고의 아티스트를 내세운 문화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기업답지 않게, 예술가들을 시장 좌판의 싸구려 물건처럼 다루는 것 같아 아쉬웠다. 펄만은 27일 저녁에는 서울 정동의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현대카드 특별회원을 위한 프로모션 연주회 무대에도 섰다.
연주에 탄력이 붙은 펄만은 슈만까지 끝낸 뒤 무대에서 일단 물러났다가 다시 나왔다. 악보 뭉치를 뒤적거리며 즉석에서 작품을 골라낸 펄만은 크라이슬러, 브람스부터 거슈윈까지 종횡무진이었다. 백미는 영화음악 거장 존 윌리엄스의 '쉰들러 리스트' 삽입곡이었다. 유대인 학살의 비극을 담은 이 영화에서 펄만은 바이올린 솔로를 직접 연주했었다. 시대의 아픔과 비애가 물씬 밴 선율이 흘러나오자 청중들은 숨소리를 죽였고, 열정적인 박수로 화답했다.
기립박수까지 이끌어낸 당대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의 호연(好演)에 비해, 주최측의 세련되지 못한 공연장 밖 진행은 눈에 걸렸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시리즈로 초청된 펄만은 공연 전날 입국하자마자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로 직행, 기자회견에 나섰다. 회견장의 펄만은 현대카드 로고 숲에 둘러싸인 상품처럼 보였다. 최고의 아티스트를 내세운 문화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기업답지 않게, 예술가들을 시장 좌판의 싸구려 물건처럼 다루는 것 같아 아쉬웠다. 펄만은 27일 저녁에는 서울 정동의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현대카드 특별회원을 위한 프로모션 연주회 무대에도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