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프리뷰] 무희 32명이 찍어내는 무늬… '백색 발레'의 진수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10.28 03:02

UBC '라 바야데르'

푸르스름한 불빛 아래 흰 튀튀(발레리나의 옷)가 물안개처럼 밀려온다. 세 걸음 걷고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를 뒤로 90도 들어올리는 자세), 두 다리를 쭉 뻗은 채 팔은 하늘로, 다시 세 걸음 전진…. 시야가 몽롱해진다. 계단을 따라 무대로 내려온 발레리나 32명은 한 호흡으로 군무(群舞)를 추며 아름다운 무늬를 찍어낸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라 바야데르' 3막 중 '망령(亡靈)들의 왕국' 장면(11분)이다. '백조의 호수'의 호숫가 군무, '지젤' 중 윌리들의 군무와 함께 '백색 발레(ballet blanc)'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힌두 사원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무희(舞姬) 니키아와 전사(戰士) 솔로르, 승려 브라민과 공주 감자티의 뒤엉킨 사랑과 질투, 복수와 용서를 따라간다. 출연진 150명, 거대한 세트와 화려한 의상(400여벌), 실물 크기의 코끼리, 온몸에 황금칠을 한 황금 신상(神像) 등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발레 '돈키호테'로 기억되는 작곡가 밍쿠스의 음악도 그윽하다.

1막에서 니키아와 솔로르가 추는 사랑의 파드되(2인무), 2막에서는 솔로르와 감자티 공주의 결혼 축하연이 아름답다. 솔로르에게 감정이입하면 2막 감자티와의 파드되에서는 고통이, 3막 니키아와의 파드되에서는 애절함이 묻어난다. 문훈숙 UBC 단장이 공연 직전 감상법을 해설한다.

주역 캐스팅도 화려하다. 니키아는 이번 무대를 끝으로 은퇴하는 임혜경을 비롯해 황혜민·강예나·김나은·박세은이, 감자티는 한상이·강미선·한서혜·최지원·손유희가 나눠 맡는다. 올해 바르나콩쿠르 금메달리스트 박세은·김기민이 나서는 30일 낮 공연이 특히 기대된다.

▶29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70)7124-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