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0.27 10:00
마츠 에크와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의 '지젤'

스토커 지젤, 대머리 백조, 담배 피우는 카르멘, 마약중독자 오로라공주가 등장하는 발레가 있다. 이렇게 괴상한 히로인을 만들어낸 마츠 에크는 누구보다도 원작을 비트는 데 일가견을 가진 안무가로 날카롭고 창의적인 재구성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전 세계 무용계를 강타한 변화는 기존의 무용미학을 답보하는 것을 거부하는 일련의 급진적인 동향으로부터 기인한다. 이제 새로 등장하는 무용가들 사이에서 전통을 답보하는 ‘뻔한’ 춤은 더 이상 흥미롭지 못하게 되었다. 현대무용계만큼은 아니지만 발레계에서도 이러한 변화들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기존의 발레가 가지고 있었던 고정된 기교나 표현 등에 있어서 다각적인 탈피가 모색되었던 것이다. 그 주요한 경향 중 하나로 고전의 재창조를 들 수 있다.
고전을 재창조한 작품들은 이미 우리 무대에서도 심심치 않게 소개되었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와 '라 벨르', 그리고 마츠 에크의 '백조의 호수'와 '카르멘' 등이 큰 반향을 일으킨바 있다. 여기서 '라 벨르'는 고전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아름다운 잔혹 동화로 재창조한 작품으로 2007년 가을 성남아트센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올가을, 성남아트센터가 자신 있게 소개하는 마츠 에크의 '지젤' 역시 고전의 전형을 깨는 파격적인 재창조로 세계적인 주목을 작품이다.

마츠 에크가 빚어낸 고전의 재창조
마츠 에크가 남다른 작품력으로 빠르게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용과 연극을 모두 전공한 덕분이었다. 이렇게 상이한 두 분야에서의 경험은 그의 집안 내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마츠 에크는 1945년 스웨덴에서 무용가 어머니와 배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부모의 뛰어난 장점만을 받아들여 자신의 예술적 폭과 깊이를 확립해갔던 것이다. 그는 쿨베리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1980년대부터 무용과 연극을 넘나드는 안무와 연출을 바탕으로 심리적인 딜레마와 사회문제 의식 그리고 기묘한 유머를 담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고유한 창작 작품으로도 잘 알려졌지만 고전의 원작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창조하는 작품으로 더 유명하다. 후자의 대표작으로는 '지젤'(1982), '백조의 호수'(1987), '카르멘'(1992), '잠자는 숲 속의 미녀'(1996) 등을 꼽을 수 있다.
정신적인 붕괴로 정신병동에 갇힌 지젤, 뚜렷한 자아와 개성을 가진 대머리 백조, 담배를 물고 있는 자유분방한 카르멘, 여러 남자를 거친 마약중독자 오로라공주 등 괴상한 주인공이 나오는 익숙지 않은 작품들은 고전발레의 향수에 젖어 있는 관객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관객의 일부는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릴 정도였다. 한편, 고전발레의 틀에 박힌 이야기와 등장인물에 염증을 느꼈던 급진적인 성향의 관객에게는 그의 작품이 답답함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독특한 파격을 주도하는 움직임 역시 발레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예리한 혁신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작업으로 예술성을 인정받은 마츠 에크는 고전의 재창조라는 최근의 춤 경향에서 빠르게 대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우리나라 관객들 사이에서 고전을 재창조한 안무가라 한다면 매튜 본이나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마츠 에크의 작품은 예술적으로 좀 더 복잡 미묘한 맛을 낸다. 시각적인 화려함보다는 심리적인 딜레마를 은유하는 장면들을 탄탄하게 전개한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일반 관객들 이상으로 무용 전문가들에게 큰 찬사를 받고 있다.
마츠 에크가 남다른 작품력으로 빠르게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용과 연극을 모두 전공한 덕분이었다. 이렇게 상이한 두 분야에서의 경험은 그의 집안 내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마츠 에크는 1945년 스웨덴에서 무용가 어머니와 배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부모의 뛰어난 장점만을 받아들여 자신의 예술적 폭과 깊이를 확립해갔던 것이다. 그는 쿨베리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1980년대부터 무용과 연극을 넘나드는 안무와 연출을 바탕으로 심리적인 딜레마와 사회문제 의식 그리고 기묘한 유머를 담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고유한 창작 작품으로도 잘 알려졌지만 고전의 원작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창조하는 작품으로 더 유명하다. 후자의 대표작으로는 '지젤'(1982), '백조의 호수'(1987), '카르멘'(1992), '잠자는 숲 속의 미녀'(1996) 등을 꼽을 수 있다.
정신적인 붕괴로 정신병동에 갇힌 지젤, 뚜렷한 자아와 개성을 가진 대머리 백조, 담배를 물고 있는 자유분방한 카르멘, 여러 남자를 거친 마약중독자 오로라공주 등 괴상한 주인공이 나오는 익숙지 않은 작품들은 고전발레의 향수에 젖어 있는 관객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관객의 일부는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릴 정도였다. 한편, 고전발레의 틀에 박힌 이야기와 등장인물에 염증을 느꼈던 급진적인 성향의 관객에게는 그의 작품이 답답함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독특한 파격을 주도하는 움직임 역시 발레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예리한 혁신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작업으로 예술성을 인정받은 마츠 에크는 고전의 재창조라는 최근의 춤 경향에서 빠르게 대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우리나라 관객들 사이에서 고전을 재창조한 안무가라 한다면 매튜 본이나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마츠 에크의 작품은 예술적으로 좀 더 복잡 미묘한 맛을 낸다. 시각적인 화려함보다는 심리적인 딜레마를 은유하는 장면들을 탄탄하게 전개한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일반 관객들 이상으로 무용 전문가들에게 큰 찬사를 받고 있다.

마츠 에크는 원작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전형을 깨고 그것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한 대표작들로 세계 무용계에 자신의 이름을 확고히 새겨놓았다. 혹자는 마츠 에크의 고전을 재창조한 작품들이 너무나 잘 만들어져서 그 이상을 상상해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는 그가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반영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적 독창성을 발휘한 결과라 하겠다.
지젤 vs 지젤
낭만발레의 대표작으로 군림했던 '지젤'은 한 세기 반 정도 지난 후에 마츠 에크에 의해 놀라운 변화를 이룬다. 원작 '지젤'(1841)은 테오필 고티에의 대본, 장 코라이와 쥘르 페로의 안무, 아돌프 아당의 음악 등 당대에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의 합작으로 탄생되었다. 병약하지만 발랄한 농촌 처녀 지젤이 연인 알프레드와 사랑을 속삭이는 것으로부터 원작은 시작된다. 그들이 장난스럽게 한 꽃점은 ‘사랑하지 않는다’로 나옴으로써 비극적 결말을 효과적으로 암시한다. 마침내 지젤을 짝사랑하는 사냥꾼 힐라리온에 의해 알프레드가 귀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설상가상으로 그에게는 신분 높은 약혼녀까지 있음이 드러난다.
지젤은 사랑의 배신이라는 충격에 못 이겨 반실성한 상태로 목숨을 끊기에 이른다. 2막에서는 천상적인 이미지를 가진 월리들 wilis에 의해 낭만발레의 전형적인 판타지가 펼쳐진다. 여기서 윌리는 처녀로 죽은 여자 즉 처녀귀신이지만 요정에 가까운 형상을 띠고 있다. 월리들은 해가 진 후 숲에 들어온 남자를 탈진해 죽을 때까지 춤추게 만들곤 한다. 죄책감에 지젤의 무덤을 찾은 알프레드 역시 그럴 운명이었지만 지젤의 도움으로 동이 틀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지젤은 그의 죄를 용서한 후 무덤으로 돌아간다.
마츠 에크의 '지젤'(1982)에서는 첫 장면부터 베레모를 쓴 맨발의 지젤이 뛰고 돌고 구르는 등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펼친다. 그녀는 고전발레의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와는 다른 투박하고 기이한 몸짓을 보인다. 우리가 관념적으로 알고 있는 이상화된 여성상으로서 지젤의 자태와는 상이한 것이다.
두 남녀 주인공의 관계도 뚜렷이 변화되어 있다. 지젤은 알프레드에게 다소 집착적인 관심을 보이며 알프레드는 이러한 지젤에게 측은함과 애정이 뒤섞인 반응을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프레드의 약혼녀란 존재를 알게 된 지젤은 스토커처럼 비이성적인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다. 부담스러워 피하는 알프레드에게 지젤은 극단적인 이상행동을 보이다가 결국 스스로 정신적 붕괴를 일으킨다.
지젤 vs 지젤
낭만발레의 대표작으로 군림했던 '지젤'은 한 세기 반 정도 지난 후에 마츠 에크에 의해 놀라운 변화를 이룬다. 원작 '지젤'(1841)은 테오필 고티에의 대본, 장 코라이와 쥘르 페로의 안무, 아돌프 아당의 음악 등 당대에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의 합작으로 탄생되었다. 병약하지만 발랄한 농촌 처녀 지젤이 연인 알프레드와 사랑을 속삭이는 것으로부터 원작은 시작된다. 그들이 장난스럽게 한 꽃점은 ‘사랑하지 않는다’로 나옴으로써 비극적 결말을 효과적으로 암시한다. 마침내 지젤을 짝사랑하는 사냥꾼 힐라리온에 의해 알프레드가 귀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설상가상으로 그에게는 신분 높은 약혼녀까지 있음이 드러난다.
지젤은 사랑의 배신이라는 충격에 못 이겨 반실성한 상태로 목숨을 끊기에 이른다. 2막에서는 천상적인 이미지를 가진 월리들 wilis에 의해 낭만발레의 전형적인 판타지가 펼쳐진다. 여기서 윌리는 처녀로 죽은 여자 즉 처녀귀신이지만 요정에 가까운 형상을 띠고 있다. 월리들은 해가 진 후 숲에 들어온 남자를 탈진해 죽을 때까지 춤추게 만들곤 한다. 죄책감에 지젤의 무덤을 찾은 알프레드 역시 그럴 운명이었지만 지젤의 도움으로 동이 틀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지젤은 그의 죄를 용서한 후 무덤으로 돌아간다.
마츠 에크의 '지젤'(1982)에서는 첫 장면부터 베레모를 쓴 맨발의 지젤이 뛰고 돌고 구르는 등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펼친다. 그녀는 고전발레의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와는 다른 투박하고 기이한 몸짓을 보인다. 우리가 관념적으로 알고 있는 이상화된 여성상으로서 지젤의 자태와는 상이한 것이다.
두 남녀 주인공의 관계도 뚜렷이 변화되어 있다. 지젤은 알프레드에게 다소 집착적인 관심을 보이며 알프레드는 이러한 지젤에게 측은함과 애정이 뒤섞인 반응을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프레드의 약혼녀란 존재를 알게 된 지젤은 스토커처럼 비이성적인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다. 부담스러워 피하는 알프레드에게 지젤은 극단적인 이상행동을 보이다가 결국 스스로 정신적 붕괴를 일으킨다.

2막에서 낭만발레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던 숲은 삭막한 정신병동으로 바뀌어 있다. 하얀 로맨틱 튀튀(종 모양의 발레 의상)를 입고 천상의 아름다움을 자랑했던 윌리들은 환자복을 입은 정신병자들로 변모해 있다. 정신병자들의 춤은 구르고 걷고 흔들면서 이상행동들을 모방하는데, 특정 물건에 집착하거나 가상 임신에 빠져 있는 등의 행태 行態를 보이기도 한다. 원작에서 요정과도 같던 지젤은 머리에 붕대까지 감고 나온 환자다. 지젤은 원작에서처럼 초자연적인 존재의 처연한 아름다움을 보이기보다 고전의 형식성을 탈피한 충동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발산한다.
게다가 정신병동으로 찾아온 알프레드는 지젤을 사랑해서라기보다 자신을 괴롭히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만 같다. 이어지는 지젤과 알프레드의 이인무는 재회와 면죄의 춤이었다. 결국 지젤은 그를 용서함으로써 자신 역시 마음의 동요를 덜어간다. 모든 죄를 벗어버린 ‘전라 全裸’의 알프레드가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되면서 작품은 막을 내린다. 이렇듯 마츠 에크 특유의 전형 깨부수기는 스토리와 등장인물, 그리고 움직임에 있어 누구와도 차별화된 고전의 재창조를 완성시키고 있다.
고전의 원작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창조한 일단의 작품들 사이에서도 마츠 에크의 '지젤'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파격으로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는 마츠 에크가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반영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적 독창성을 발휘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가는 안목을 자랑하는 예술 애호가라면 고전을 재창조하는 경향에서 화제의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마츠 에크의 '지젤'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게다가 정신병동으로 찾아온 알프레드는 지젤을 사랑해서라기보다 자신을 괴롭히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만 같다. 이어지는 지젤과 알프레드의 이인무는 재회와 면죄의 춤이었다. 결국 지젤은 그를 용서함으로써 자신 역시 마음의 동요를 덜어간다. 모든 죄를 벗어버린 ‘전라 全裸’의 알프레드가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되면서 작품은 막을 내린다. 이렇듯 마츠 에크 특유의 전형 깨부수기는 스토리와 등장인물, 그리고 움직임에 있어 누구와도 차별화된 고전의 재창조를 완성시키고 있다.
고전의 원작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창조한 일단의 작품들 사이에서도 마츠 에크의 '지젤'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파격으로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는 마츠 에크가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반영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적 독창성을 발휘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가는 안목을 자랑하는 예술 애호가라면 고전을 재창조하는 경향에서 화제의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마츠 에크의 '지젤'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