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0.21 03:17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주인공 한명구·박상종
그들은 "우리는 부부 같다"고 했다. 끝없는 기다림으로 무대를 채우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연출 임영웅)의 두 부랑자 한명구(50·블라디미르)와 박상종(48·에스트라공)이다. 구두 붙잡고 끙끙대는 에스트라공은 아이 같고, 블라디미르는 지적이지만 몸놀림이 부자연스럽다. 2005년부터 6년째 호흡을 맞춰온 두 배우는 자신들을 '같은 길을 가는 운명공동체'에 빗댔다. 연극올림픽에 초청돼 11년 만에 대극장 무대에 서는 이들을 19일 서울 산울림소극장에서 만났다.
▲한명구="전에 에스트라공을 했던 안석환·박용수씨에 비하면 상종이가 생각이 많아요. 처음엔 염려가 됐는데 어느덧 편안해졌어요. 진지하게 접근한다는 게 상종이의 장점이지."
▲박상종="감성적이고 즉흥적인 에스트라공의 기본 골격에 고독을 보태려고 했어요. 1994년부터 블라디미르를 맡은 명구 형은 부드럽고 넉넉해요. 야구라면 어떤 공도 다 받아주는 듬직한 포수랄까."
무대에는 물음표를 닮은 앙상한 소나무 한 그루뿐이다. "가자." "안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참, 그렇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사이엔 이런 대화가 10번도 넘게 되풀이된다. 그들의 유일한 존재 이유인 고도는 이 연극이 1953년 파리에서 처음 공연된 후 60년이 다 되도록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명구="전에 에스트라공을 했던 안석환·박용수씨에 비하면 상종이가 생각이 많아요. 처음엔 염려가 됐는데 어느덧 편안해졌어요. 진지하게 접근한다는 게 상종이의 장점이지."
▲박상종="감성적이고 즉흥적인 에스트라공의 기본 골격에 고독을 보태려고 했어요. 1994년부터 블라디미르를 맡은 명구 형은 부드럽고 넉넉해요. 야구라면 어떤 공도 다 받아주는 듬직한 포수랄까."
무대에는 물음표를 닮은 앙상한 소나무 한 그루뿐이다. "가자." "안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참, 그렇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사이엔 이런 대화가 10번도 넘게 되풀이된다. 그들의 유일한 존재 이유인 고도는 이 연극이 1953년 파리에서 처음 공연된 후 60년이 다 되도록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소극장에서는 관객의 호흡까지 느껴져요. 집중하고 있구나, 힘들어하고 있구나."
▲박="세대차가 있어요. 10~20대일수록 초반부터 웃음이 터지고 이 연극의 놀이성을 즐겨요. 30대 이상은 심각하게 보는 편이지요."
▲한="원작자 베케트는 '이 연극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했어요. 우리가 하는 짓거리가 다 놀이예요. 만나고, 당근 먹고, 흉내 내고, 숨바꼭질하고…."
관객이 대사를 귀담아들으려 할수록 물음표요 백전백패다. 지루한 이야기의 반복이라서다. 대극장에서도 무대 디자인이나 동선(動線)은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박="소나무가 있는 둔덕이 작은 섬처럼 보이겠지요."
▲한="블라디미르는 더 숨차게 뛰어다녀야 합니다. 허허벌판이니 쓸쓸한 정서, 허무가 더 크게 다가가겠지. 황혼 풍경도 좋겠네."
두 배우가 무대에서 입는 누더기도 15년 넘게 대물림된 것이다. 의상이 해지고 너덜너덜해질수록 묵은 기다림의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래 공연했으니 '사건'이 없었을 리 없다.
▲박="세대차가 있어요. 10~20대일수록 초반부터 웃음이 터지고 이 연극의 놀이성을 즐겨요. 30대 이상은 심각하게 보는 편이지요."
▲한="원작자 베케트는 '이 연극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했어요. 우리가 하는 짓거리가 다 놀이예요. 만나고, 당근 먹고, 흉내 내고, 숨바꼭질하고…."
관객이 대사를 귀담아들으려 할수록 물음표요 백전백패다. 지루한 이야기의 반복이라서다. 대극장에서도 무대 디자인이나 동선(動線)은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박="소나무가 있는 둔덕이 작은 섬처럼 보이겠지요."
▲한="블라디미르는 더 숨차게 뛰어다녀야 합니다. 허허벌판이니 쓸쓸한 정서, 허무가 더 크게 다가가겠지. 황혼 풍경도 좋겠네."
두 배우가 무대에서 입는 누더기도 15년 넘게 대물림된 것이다. 의상이 해지고 너덜너덜해질수록 묵은 기다림의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래 공연했으니 '사건'이 없었을 리 없다.
▲한="나무에 목매달 때 써야 하는 에스트라공의 허리띠가 1막에 끊어져 버린 적이 있었지."(웃음)
▲박="당황했어요. 허리춤을 움켜쥐고 뛰어다녔지요. 그다음부터는 여분의 허리끈을 대기시킵니다."
▲한="워낙 오락가락하는 연극이라 관객은 사실 잘 몰라요."
▲박="에스트라공이 구두 잡고 진땀 빼는 장면부터 부조리지요. 한 손으로는 벗기려고 하고 다른 손으론 안 벗겨지게 붙잡습니다. 다행히 싱겁게 벗겨져 버린 적은 없어요."
거칠게 구분하면 연극은 위로 아니면 각성을 준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어느 쪽일까. 맡은 배역의 성격 때문인지 한명구는 '각성', 박상종은 '위로'라고 했다. 두 배우의 개인적인 기다림이 뭘지 궁금했다.
▲한="늘 똑같지요. 다른 고민 안 하고 무대에만 설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
▲박="난 결혼. 내년에 장가갑니다!"
▶22~31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11월 9~28일엔 산울림소극장. (02) 334-5915
▲박="당황했어요. 허리춤을 움켜쥐고 뛰어다녔지요. 그다음부터는 여분의 허리끈을 대기시킵니다."
▲한="워낙 오락가락하는 연극이라 관객은 사실 잘 몰라요."
▲박="에스트라공이 구두 잡고 진땀 빼는 장면부터 부조리지요. 한 손으로는 벗기려고 하고 다른 손으론 안 벗겨지게 붙잡습니다. 다행히 싱겁게 벗겨져 버린 적은 없어요."
거칠게 구분하면 연극은 위로 아니면 각성을 준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어느 쪽일까. 맡은 배역의 성격 때문인지 한명구는 '각성', 박상종은 '위로'라고 했다. 두 배우의 개인적인 기다림이 뭘지 궁금했다.
▲한="늘 똑같지요. 다른 고민 안 하고 무대에만 설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
▲박="난 결혼. 내년에 장가갑니다!"
▶22~31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11월 9~28일엔 산울림소극장. (02) 334-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