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거나 화끈하거나 부담없거나… 세 얼굴의 지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10.21 03:17

올가을 발레 무대의 주인공은 낭만 발레의 대표작 지젤이다. 프랑스 리옹오페라발레단은 29~30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은 11월 9~10일 경기도 고양아람누리에서, 이원국발레단은 11월 5~7일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각각 '지젤(Giselle)'을 공연한다.

우아한 러시아 발레

시골 처녀 지젤이 약혼녀가 있는 귀족 알브레히트를 사랑하다 배신당해 미치고 결국 죽는 1막은 어둠을 향해 달려가고, 윌리(결혼식 전에 죽은 처녀 유령)로 부활해 알브레히트와 재회하는 2막은 갈수록 밝다. 우아하고 신비한 '발레 블랑(백색 발레)'이다.

세계 5대 발레단의 하나로 꼽히는 마린스키발레단의 '지젤'은 첫 내한이다. 푸르스름한 달빛 아래 흰 베일을 쓰고 춤추는 윌리들의 군무(群舞)는 부서질 것처럼 아름답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지젤’에서 2막 중 윌리들의 군무. /고양문화재단 제공
이 발레단은 11월 12~13일 같은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도 공연한다. 마법에 걸려 밤에만 사람이 되는 백조 오데트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사랑 이야기다. 2004년 이 작품으로 내한해 시적인 에너지를 보여줬던 '오데트' 울리아나 로파트키나가 다시 온다. 11월 14일 갈라 무대에서는 캐릭터 무용수로 활약해온 유지연의 '빈사의 백조'를 만날 수 있다. 1577-7766

정신병동에 갇힌 지젤?

리옹오페라발레단의 모던 발레 '지젤'은 파격적인 재해석이 주목된다. 2006년 국립발레단과 '카르멘'을 올리며 카르멘의 남성성을 극대화했던 안무가 마츠 에크(스웨덴)는 지젤을 스토커로 바꾸고 2막의 배경을 정신병원으로 설정한다. '백조의 호수'에 대머리 백조를 등장시켰던 그의 재구성 솜씨는 '지젤'에서도 투박하고 기이한 지젤의 춤, 2막의 정신병동으로 폭발한다.

무대가 열리면 지젤은 밧줄에 묶여 있다. 지젤의 춤은 우스꽝스럽지만 아주 솔직하다. 주먹을 쥐며 화를 내거나 바닥에 뒹굴고 걷어차는 동작도 나온다. 커다란 알을 깔고 앉아 상상임신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재미있다. 무용평론가 장인주는 "마츠 에크의 안무는 현실적이고 유머러스하다. 낭만 발레의 신비주의를 걷어낸다"고 말했다. 리옹오페라발레단에서 활약하는 솔리스트 이소라도 출연한다. (031)783-8000

클래식 발레를 저렴하게

이원국발레단은 마린스키발레단 버전의 '지젤'을 축소해 공연한다. 출연진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뿐, 장면의 흐름은 그대로다. 몇몇 장면에서는 남성 무용수의 테크닉을 강화했다. 반가운 얼굴도 있다. 국립발레단에서 은퇴한 장운규·전효정, 올해 바르나콩쿠르 주니어 1위를 차지한 김기민, 유니버설발레단 한서혜가 무대에 오른다. 표 값이 2만~3만원으로 저렴하다. (02)951-3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