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I] [배우고… 즐기고…] 세밀표현 역점… 개교 1년 반 만에 기적 일궈

  • 손장훈 기자

입력 : 2010.10.19 22:25

[배우고… 즐기고…] '한국화 새명문' 성남 송현초등학교
전국대회서 6개 작품 수상 흥미·소질 맞춰 맞춤 교육… 서양화 포기 학생에 새 꿈

"세밀하게 표현하는 데 최대한 역점을 뒀어요. 단순한 정물이 아니라 염소로 '한가한 오후'라는 주제를 표현하려고 한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아요"

최근 한국미술협회 주관으로 열린 모란 전국학생미술대회 공모전 한국화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신주현(13) 학생은 한국화를 배운 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대회에서 상을 탄 학생 중 신주현 학생과 한국화 경력 기간이 같은 학생은 5명.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성남시 송현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것이다. 송현초등학교에서는 이번 대회에 제출한 열두 개의 작품 중 여섯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 학교가 불과 1년 6개월 만에 한국화 명문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성남 송현초등학교 학생들이 먹을 묻힌 붓으로 한국화를 그리고 있다. 개교한 지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는 이 학교는 최근 전국학생미술대회 공모전 한국화 부문에서 6개 작품이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성남 송현초등학교 제공
한국화 교육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

송현초등학교의 한국화 교육은 미술 교과특성화 학교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학교에서는 전기가마, 물레, 이젤, 50여명 분의 한국화 도구세트, 서예세트, 비너스를 비롯한 30여점의 각종 석고상 등 최근 미술 기자재를 갖췄다. 학생들이 마음놓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동양 미술실과 서양 미술실, 아름다운 갤러리 공간을 마련하고, 한국화를 전공한 교사를 초빙했다.

이후 3~6학년 학부모들에게 한국화 교육에 대한 안내장을 발송했다. 학부모의 동의와 교사의 추천을 받은 학생 중 교과특성화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재능과 관심이 있는 학생 190명을 선발했다. 학생들을 수준별로 3개반으로 나눠 한국화 수업을 운영했다. 아직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은 학생 150명은 기본반으로 배치해 한 달에 한 번씩 40분씩 가르쳤다. 그리고 심화 및 특성화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 40명은 일주일에 두 번씩 3~4시간 한국화 수업을 받았다.

송현초등학교 최병권 교장은 "미술교육은, 어린이 개개인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계발하기 위하여 학생들의 흥미·소질·발달 단계를 고려한 예술적 재창조와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줄 필요가 있다"며 "미적 탐색과 다양한 표현활동을 통해 전통 미술의 아름다움은 물론 새로운 미적 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수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통합적인 미술교육으로 학생들의 관심 이끌어

학교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법뿐만 아니라 한국화의 의미와 멋을 함께 가르쳤다. 학생들이 한국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화의 기본인 사군자에서 민화, 십장생, 초충도, 한지 탈, 부채 표현까지 하나하나 교육했다. 성남아트센터를 찾아 한국화 관련 전시를 관람하고 계원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그림지도를 받게도 했다. 교육에 참여한 한 학생은 "그동안 한국화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생소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잘 모르는 분야를 하나씩하나씩 알아가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미술실 발코니를 활용해 서로의 작품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상시 전시공간도 마련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정기적으로 전시해 사람들이 그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는 그동안 제일 잘 그린 작품이 걸렸고, 그로 인해 한국화에 문외한이던 다른 학생들의 미적 안목도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화 교육을 담당한 박정미 선생은 "현 교육이 언제부터인가 서양미술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것에 아쉬움이 많았다"며 "학생들 개개인의 잠재능력을 한국화의 아름다움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표현활동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미술교육뿐 아니라 사교육 절감 효과까지

학부모들도 학교의 한국화 교육에 대해서 "만족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한국화 수업을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집중적으로 지도를 받아 너무나 행복하다"며 "수채화를 못해서 미술에 재능이 없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한국화를 배우면서 자연스레 명암을 익히고 먹과 어우러진 색감을 표현하며 아이의 꿈이 화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사교육비가 절감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 학부모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사교육보다는 학교 내에서 양질의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교육이 단기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