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27년간 소파뒤에 처박혔던 그림이 3400억원 넘는 미켈란젤로 '진품'(1545년作 '예수와 성모 마리아'추정)

  • 권경복 기자

입력 : 2010.10.13 00:53

美 뉴욕 예비역 중령 횡재

미국 뉴욕주 버펄로에 사는 공군 예비역 중령 마틴 코버(Kober·53)씨. 27년 전 동네 아이들이 주변에서 놀이를 하다 엉뚱하게 집안으로 날아든 테니스공이 실내 벽을 치면서, 벽에 걸려 있던 그림 한 점<사진>이 마룻바닥으로 떨어졌다. 코버씨 가족들은 그림을 벽에 다시 거는 대신 거추장스러워 천을 덮어 소파 뒤에 보관했다. 코버씨는 2003년 공군에서 전역할 때, 문득 이 그림이 르네상스 시대 거장인 미켈란젤로(Michelangelo·1475~1564))가 그린 것이라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전설같은 이야기였다. 코버씨는 사실 여부를 확인코자 경매회사들에 전화를 걸어 감정해 줄 전문가를 찾았다. 수소문 끝에 이탈리아 미술 전문가인 안토니오 포르첼리노(Porcellino)씨를 찾았고, 소파 뒤에서 잠자고 있던 그림을 들고가 감정을 의뢰했다.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포르첼리노씨로부터 최근 "미켈란젤로가 1545년에 그린 '예수와 성모 마리아' 진품으로 추정되며, 최고 3억달러(약 34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2일 코버씨의 사례를 문자 그대로, '세기의 발견'이라고 표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술사학자이자 고미술품 복원가인 포르첼리노씨는 지난 수년 동안 이 작품을 조사한 결과 이것이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3대 조각품 중 하나인 '피에타'를 그림으로 그린 진품으로 보고 있다. 성모 마리아가 숨진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을 조각으로 표현한 피에타는 현재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 있다. 코버씨 집안이 보관해 온 그림은 가로 48.25㎝, 세로 63.5㎝크기의 나무판에 그려져 있다.

포르첼리노씨는 "나도 처음엔 코버씨가 보관하고 있는 그림이 위작(僞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X-레이와 자외선 검사를 통해 위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러 차례 고친 흔적을 확인하면서 진품이 확실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뉴욕포스트지(紙)에 말했다. 그는 "특히 성모 마리아의 오른쪽 무릎 부분이 미완성 상태인데 이 역시 위작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라고도 했다.

이 그림은 미켈란젤로가 1499년 조각작품 피에타를 완성한 후 약 50년 뒤 친구 비토리아 콜로나(Colonna)에게 그려준 것으로, 그 후 독일의 한 남작 부인에게 팔렸다. 남작 부인은 자신이 사망하면서 시녀 레르트루드 영(Young)에게 물려주었는데 이 시녀가 코버씨 증조부의 처제였다고 한다. 코버씨 집안이 1883년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집안의 보물이 됐지만 100년 이상 세월이 흐르면서 잠시 잊혀졌던 것.

코버씨는 현재 이 그림을 은행 금고에 보관 중이며 미켈란젤로의 진품으로 최종 판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