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0.12 03:06
이달 말 콘서트 여는 '국가대표' 기타리스트 이병우
80년대, 조동익과 낸 음반, 팬들 성화에 드디어 연주
"기타 앨범은 늘 준비중… 신형 기타부터 내놓을 것"
하지만 당시 이 노래들은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연주된 적이 없었다. 스튜디오에 웅크리고 앉아 걸작을 탄생시킨 이 포크 듀오의 은둔자(隱遁者)적 기질 탓이다.

그래서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성장한 이병우가 오는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질 자신의 콘서트에서 20여년 만에 '어떤 날'의 노래를 연주한다는 사실에 팬들의 가슴은 두방망이질 친다.
"제 20대의 고민과 이상이 동시에 담겨 있는 음악들이죠. 그래서 부끄럽기도 해요. 그동안 연주를 할 수 없었던 건 동익이형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날'의 음악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든 것이기 때문에 무대에도 같이 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형이 워낙 조용히 살고 싶어해서요. 하지만 더 이상 우리 음악을 추억하는 팬들의 바람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번에 제 콘서트에 올리게 됐습니다."
그는 '어떤 날'에 대한 팬들의 열광에 대해 "잘 다듬어진 소리에 실린 이방인적 감성이 신기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막상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어디서도 만날 수가 없었으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일종의 신비주의가 됐던 거죠. 하하."
그는 이번 무대에서 조동익을 대신해 자신과 함께 '어떤 날'의 노래를 불러줄 사람을 찾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날'을 젊은이들에게 널리 알려준 '토이' 유희열 혹은 20대 초반의 포크가수 중 한 명으로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어떤 날' 이후 오스트리아 유학을 다녀온 이병우는 전업(專業) 기타리스트로 변신했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팝, 재즈, 가요, 블루스, 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창적 세계를 창조했다. 그는 "기타는 제게 세상을 살아가고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이라며 "기타로 인해 맺게 된 수많은 사람과의 인연이 가장 소중하다"고 했다. 기타 줄로 엮인 그 인연은 영화계에서도 활짝 피어났다. '해운대', '괴물', '왕의 남자' 등 1000만명 관객을 동원한 대형 히트작의 음악감독으로 그는 대중에게 더욱 친근한 존재가 됐다.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과 생각을 나누며 공동 작업을 한다는 게 무척 흥미롭습니다. 철저하게 고독해져야 하는 솔로 음반 녹음과는 차원이 다르죠. 1000만명이 제가 만든 음악을 들어준다는 거요? 고마운 일이죠. 하지만 마음속 짐이 될 때도 많습니다. 제게는 아프게 다가오는 음악 속 허점 때문이죠."
그는 "어떤 영화는 제 눈에 거슬리는 부족함 때문에 크게 성공하기 어렵겠다고 예단했는데 1000만 '대박'으로 뻥 터지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라며 "역시 우주의 섭리는 내 마음과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웃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영화음악가'로 주목받는 그를 두고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다. 그의 음악적 본령은 여전히 기타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기타 솔로 앨범은 2003년 '흡수(absorption)' 이후 소식이 끊겼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악상을 정리하고 있다"며 "'흡수' 앨범도 8년 만에 나왔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런 그가 기타 앨범 대신 신형 기타를 곧 세상에 내놓는다. 몸통이 없어 휴대하고 연주하기 간편한 '기타 바(Guitar Bar)'다. 크리스마스 때쯤 세상에 나오는데, 가격은 50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그는 "연주자들이 악기의 부피와 무게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몸을 망가뜨리는 게 안타까웠다"며 "평소 제가 신체적 부담을 줄이면서 연습하기 위해 쓰던 악기를 이번에 대중화시키려 한다"고 했다. 문의(02)582―4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