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0.11 03:15
국립발레단·볼쇼이발레단 합동공연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를 여는 건 칼춤이다. 원수지간인 두 집안의 사내들은 서로 칼을 겨눈 채 상대의 몸 깊숙이 시선을 꽂아 넣는다. 반투명 배경막도 검붉은 핏빛이다. 푸른 혈관을 따라 흐르는 붉은 피처럼, 로미오(김현웅)의 망토는 푸르고 줄리엣(김주원·김지영)의 드레스는 한없이 붉다. 걷잡을 수 없는 사랑과 죽음의 드라마는 이렇게 중독성 강한 색채로 돌진해왔다.

국립발레단(단장 최태지)이 지난 7~8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에서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올렸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주요 배역을 맡고 볼쇼이발레단이 군무(群舞)로 배경을 만드는 구성이라 더 특별했다. 1856년 문을 연 이 극장에서 이런 방식의 합동공연은 처음이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볼쇼이 무대에서 한국 발레의 도약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줄리엣 집안의 무도회에 로미오 일행이 가면을 쓰고 들어가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순간, 음악과 춤은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주 느리게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사랑과 공포를 시각화하는 동그라미다. 서정적인 파드되(2인무)에서는 격정을 안으로 쌓는 에너지를 보여줬다.
뒤로 흘러가는 볼쇼이 무용수들의 군무는 안정적이었다. 국립발레단 무용수 8명은 처음엔 키가 좀 작아 보였지만 드라마의 뼈대가 되는 장면들을 잘 소화하며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1막 발코니 장면에서는 춤·음악·조명이 아름다운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티볼트(이영철)와 머큐쇼(윤전일)가 죽을 땐 음악도 몸짓도 흐느끼는 것 같았다. 2막에서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로미오가 무너지는 엔딩에선 그 격렬한 감정도 춤이 됐다.
7일에는 김주원, 8일에는 김지영이 줄리엣으로 무대에 올랐다. 김주원의 드라마틱한 정서, 김지영의 생기와 테크닉이 빛났다. 김현웅은 안정된 표현력과 점프력을 보여줬고 이영철은 남성성과 카리스마로, 윤전일은 고난도 회전과 희극성으로 박수를 받았다.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이 공연은 암표가 나돌 정도로 일찌감치 매진됐다. 아들을 데리고 온 관객 유보피 골로지나(39)씨는 "환상적이고 감동이 있는 무대였다"면서 "특히 줄리엣의 춤과 연기가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줄리엣 집안의 무도회에 로미오 일행이 가면을 쓰고 들어가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순간, 음악과 춤은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주 느리게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사랑과 공포를 시각화하는 동그라미다. 서정적인 파드되(2인무)에서는 격정을 안으로 쌓는 에너지를 보여줬다.
뒤로 흘러가는 볼쇼이 무용수들의 군무는 안정적이었다. 국립발레단 무용수 8명은 처음엔 키가 좀 작아 보였지만 드라마의 뼈대가 되는 장면들을 잘 소화하며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1막 발코니 장면에서는 춤·음악·조명이 아름다운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티볼트(이영철)와 머큐쇼(윤전일)가 죽을 땐 음악도 몸짓도 흐느끼는 것 같았다. 2막에서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로미오가 무너지는 엔딩에선 그 격렬한 감정도 춤이 됐다.
7일에는 김주원, 8일에는 김지영이 줄리엣으로 무대에 올랐다. 김주원의 드라마틱한 정서, 김지영의 생기와 테크닉이 빛났다. 김현웅은 안정된 표현력과 점프력을 보여줬고 이영철은 남성성과 카리스마로, 윤전일은 고난도 회전과 희극성으로 박수를 받았다.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이 공연은 암표가 나돌 정도로 일찌감치 매진됐다. 아들을 데리고 온 관객 유보피 골로지나(39)씨는 "환상적이고 감동이 있는 무대였다"면서 "특히 줄리엣의 춤과 연기가 아름다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