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가자! 엉뚱 미션에 폭소 - 뮤지컬 ‘스팸어랏’

입력 : 2010.10.08 17:28

캣츠 등 패러디의 향연

코믹지존 박영규 캐스팅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켈트족의 신화적 영웅 ‘아서왕’이 있다. 5∼6세기경 이민족의 침입을 겪던 영국을 살린 구국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아서왕의 활약과 기사도 정신, 모험 등은 서유럽 일대에 전설로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이 아서왕이 좀 이상하다. 영험한 검 엑스칼리버를 높이 쳐들던 근엄한 아서왕은 걸핏하면 시건방춤을 추기 일쑤고, 용맹스럽기가 하늘을 찔렀다는 그의 원탁의 기사들은 오합지졸이며, 더구나 기사들 중 랜슬러트는 동성애자, 로빈은 겁쟁이다. 풍자와 패러디로 중무장한 뮤지컬 ‘스팸어랏’ 얘기다.

전혀 한국적이지 않은 스토리의 뮤지컬 한 편이 한국 관객들을 웃기고 있다. 대형 코미디 뮤지컬 ‘스팸어랏’이다.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한다는 대의 아래 의기투합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아서왕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갑자기 하늘을 열고 나타난 신으로부터 신성한 ‘성배’를 찾으라는 미션이 떨어진 것도 괜찮다. 그런데 미션을 수행하던 중 이들이 엉뚱하게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올리라’는 새로운 임무에 빠져들면서는 완전히 궤도에서 벗어난다. 성공하는 뮤지컬을 위해 연예인을 등장시켜야 한다는 억지스러운 주장을 전개하면서 결국 무늬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된다.

영화 ‘몬티 파이톤과 성배를 찾아서’(1975)가 원작이다. 2005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 최우수 여우조연상, 최우수 연출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하며 4년간 롱런한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흥행기록은 2006년 영국 웨스트앤드로 건너가서도 이어졌다. 국내에선 초연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작품의 핵심은 고전을 비튼 풍자와 패러디다. 영국에선 정치를 풍자했고 미국에선 브로드웨이 뮤지컬 주인공들을 패러디해 세태를 꼬집었다. 한국판에선 라이선스답지 않은 토속적인 요소들을 가미, 정서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쉴 새 없는 언어유희와 예상을 뒤엎는 장면전환으로 창작극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패러디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가 웃음코드를 쥘 수 있는 관건이 된다. 뮤지컬의 대박을 터뜨리려면 연예인을 기용할 수밖에 없는 공연계의 현실을 풍자하고, 프랑스 성 앞에 아서왕 일행들이 가져다 놓은 ‘트로이의 토끼’는 ‘트로이의 목마’의 변형이며,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맨 오브 라만차’ ‘캣츠’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등 세계적인 뮤지컬 명장면이 차용됐다.

‘아서왕’ 역에는 코믹연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박영규와 뮤지컬계의 다크 호스 정성화가 더블 캐스팅됐다. 유일한 여자 배역인 ‘호수의 여인’ 역에는 신영숙과 구원영이 번갈아 출연한다. 이밖에 슈퍼주니어 예성과 정상훈, 김재범, 박인배 등이 ‘원탁의 기사들’로 출연한다.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내년 1월2일까지 볼 수 있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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