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 한국, 다문화 이해할 박물관 세우길"

  • 허윤희 기자

입력 : 2010.10.05 23:32

쾨프케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장

"지금 막 경복궁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한국인들이 자기 문화를 보존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정원은 나무도 많이 없고 정돈이 안 돼 아쉬웠습니다. 왕의 정원이니까 분명 더 아름다웠을 텐데…."

4일 만난 불프 쾨프케(59) 독일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장은 "내년에 우리 박물관에서 열릴 '코리아 페스티벌'도 준비할 겸 한국을 더 알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병국) 초청으로 3일 방한한 그는 기자의 명함을 보고 "석 달째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재미있어요. 이걸 읽어볼까요? 조…선…일…보, 맞죠?" 더듬더듬 읽더니 큰 소리로 껄껄 웃었다.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어린이 신발 사진을 보여주는 불프 쾨프케 관장. /김지호 인턴기자

유럽에서 가장 큰 민족박물관인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은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및 오세아니아에서 수집한 약 70만점의 민속유물과 사진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3대 풍속화가의 한 사람인 기산(箕山) 김준근의 풍속화 79점을 비롯해 한국 민속자료도 2200여점이 있다.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민족학을 전공한 쾨프케 관장은 1992년부터 재임하면서 다문화축제 등을 기획해 함부르크의 다문화사회 정착에 이바지했다.

"함부르크는 포르투갈 이민자와 독일인 사이에 마찰이 심했어요. 그런데 포르투갈 문화를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우리 박물관이 진행한 후에는 포르투갈인 범죄율이 줄었죠."

쾨프케 관장은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곳"이라며 "이제 막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한국도 민족학박물관이 생기면 이민자들과 한국인이 서로 더 많이 알게 되고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 코리아 페스티벌은 한국 유물 전시회를 크게 열고 판소리·김치·탈춤 같은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등 독일에 한국을 알리는 축제가 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