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0.04 01:13
김태희 뉴욕 '티나킴 갤러리' 대표
정연두·양혜규 등 발굴… '세계 미술 심장부'에 소개
"화랑 운영한 어머니 따라 어려서부터 안목 키워… 한국작가 알리는 窓 될 것"
미국 뉴욕에서 '티나킴(Tina Kim)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희 대표(39)는 광주비엔날레 개막 하루 전날인 지난달 2일 전시장을 찾았다. 태풍으로 열차 운행이 중단됐지만, 서울에서 차를 몰고 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장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김 대표는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총감독이 광주비엔날레에서 어떤 전시를 보여줄까 궁금했다"며 "미술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미국에 있든 한국에 있든 늘 긴장하고 있다" 고 했다.
김 대표는 2002년 세계 미술의 심장인 뉴욕에서 갤러리를 연 뒤, 한국 작가를 세계무대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김 대표가 주목한 대표적인 작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비디오 아티스트 정연두다. 2004년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전시를 통해 정연두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김 대표는 어머니인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에게 그를 소개했고, 2008년 마이애미 아트페어에 정연두의 비디오 작품 〈노스탤지어〉를 가지고 나갔다. 마침 아트페어 부스를 찾은 뉴욕 모마(MoMA)의 큐레이터에게 〈노스탤지어〉를 적극적으로 소개해, 정연두가 모마에서 자기 작품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연두의 작품은 참석자의 호응을 얻었고 그의 작품은 모마 소장품으로 결정됐다.
김 대표의 작가를 보는 예리한 감각은 '베니스비엔날레 작가' 양혜규에게도 드러났다. 김 대표는 2007년 바젤 아트페어 당시 열렸던 전시에서 양혜규의 작품을 발견했다. 김 대표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큐레이터 주은지씨가 좋은 작가가 있는데 만나보라고 해서 들어보니 양 작가였다"고 말했다. 그는 역시 양혜규를 국제갤러리에 소개했다. 양혜규는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됐고, 비엔날레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전 세계 미술 전문가와 컬렉터에게 보였다. 양혜규의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이었던 '살림'은 올해 모마 소장품 구입 목록에 올랐다.
이현숙 회장의 장녀인 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유명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장욱진 선생님 작업실에 놀러 간 적이 있어요. 장 선생님은 꼬마인 저를 귀여워해 주셔서 제 얼굴을 직접 그려주시기도 했지요." 하지만 김 대표는 미국에 유학 가서는 페퍼다인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는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화랑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반항심이 생겼던 것 같다"면서 "일부러 대학 전공을 미술이 아닌 분야를 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결국은 화랑 운영으로 돌아왔다. 그는 "영국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런던 테이트 갤러리에서 어머니가 전시했던 프랭크 스텔라의 특별전이 열렸다"면서 "그제야 어머니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폴라 쿠퍼 갤러리' 등 뉴욕 갤러리를 비롯해 뉴욕 크리스티 등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익혔다. 그는 "갤러리에서 전화받고, 아트페어에 나가 벽에 못 박고 작품 거는 일부터 했다"면서 "일찍부터 바젤 아트페어 같은 곳을 다니며 안목을 키운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1990년대에 국제갤러리에서 일하다 2002년 독립했다. 하지만 지금도 국제갤러리와는 바젤 아트페어 등에 함께 부스를 차려 참가하고, 파트너로서 협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부터 김홍석의 개인전을 여는 것을 비롯해, 정연두(2007· 2009) 전경(2008) 강임윤(2010) 같은 국내 작가의 개인전을 티나킴 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유망 작가들을 뉴욕에서 선보여 세계 미술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태희 대표의 저력의 근간은 뉴욕을 근거로 한 네트워킹이다. 그의 아이폰에는 뉴욕 주요 미술관 큐레이터의 휴대폰 번호만 50개가 넘는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미국 아모리 선정위원회에서 아시아 갤러리 선정 자문도 맡았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한국의 젊은 작가를 해외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고 싶다"며 "한국 작가들은 중국이나 일본 작가보다 작품의 개념이 뚜렷해 해외 무대에서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