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0.04 02:58
아트 불꽃쇼 '첫눈에 반하다'
2일 밤 8시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야외무대. 세계적인 아트 불꽃쇼 '첫눈에 반하다(Coups de Foudre)'가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작으로 공연됐다. 프랑스에서 온 그룹F는 폭 90m, 높이 4m의 대형 무대에서 불꽃쇼와 영상, 특수의상과 와이어액션이 어우러지는 쇼를 보여줬다. 이 특별한 불꽃놀이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1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았다. 무대 곳곳에서 화염이 타오를 땐 100여m 떨어진 객석에서도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불꽃과 영상을 재료로 쓰는 그룹F는 예술이 더 많은 대중과 만나는 '공공서비스'가 돼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에펠탑과 베르사유 궁전 등에서도 공연했다. 사랑을 주제로 한 '첫눈에 반하다'는 무대 구성부터 독특했다. 배우들은 거대한 사다리꼴 형태의 반(半)투명 스크린 안과 밖은 물론 위와 공중까지 이용했다. LED로 된 특수의상을 입고 있어 작은 움직임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무대는 타악 연주를 배경으로 스크린 속에서 나체의 남녀가 부둥켜안는 흑백 이미지들로 열렸다. 음악이 고조될수록 이미지도 무한복제됐다. 절정의 순간 폭죽이 연쇄폭발했다. 한강의 하늘을 캔버스 삼아 직선과 곡선, 각도와 높이, 색깔과 무늬 등을 다양한 패턴으로 그려나갔다.
공연은 공중의 레일을 따라 우주 유영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 '수족관 풍경', 가장 다채로운 색감과 바람개비처럼 도는 화염을 선보인 '카사노바 풍경', 불꽃을 뿜는 인체 모형을 조종하는 '영혼들의 풍경'으로 이어졌다. 출렁이는 강물 영상과 공중곡예의 어울림, 꿈틀꿈틀 요동치며 올라가 금가루처럼 쏟아지는 폭죽, 지름 4m의 풍선으로 지구를 형상화한 장면 등이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의 시야에서 별들이 점멸하는 것 같았다. 불꽃쇼에 쓴 화약만 2만2000㎏이라고 했다. 하지만 드라마 구조는 허약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역설적이게도 어둠이다. 더 캄캄한 공간이었다면 훨씬 아름답고 시적일 장면들이 있었지만, 한강의 밤에 완벽한 어둠을 기대할 순 없었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올해부터 국제페스티벌로 진행된다. 10일까지 13개국 70여 단체가 여의도한강공원, 반포한강공원, 선유도 등에서 퍼포먼스·거리극·인형극·서커스·마임을 무료로 공연한다. 일정은 www.hiseoulfest.org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