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9.30 03:01
무대가 열리면 탈들이 보인다. 양반·선비·각시·중·할미·초랭이…. 하회탈을 만들다 죽었다는 '허도령 전설'을 보여주며 시작된 비주얼 퍼포먼스 '탈(TAAL)'은 곧바로 배경을 바꾼다. 하회마을에 대형 놀이공원을 짓겠다며 국회의원에 출마한 안양반(황정민)과 환경운동가 허총각(김남건)이 정면충돌하는 현대의 안동이다. "아름다운 하회, 우리가 지켜내야 해~"로 흐르는 랩이 흥겹다.

'탈'은 안동시가 주최하고 '난타'의 PMC프로덕션이 만든 작품이다. 새로운 형태의 제작 방식이다. 지난 25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초연한 이 퍼포먼스는 안동 하회탈이라는 우리 문화원형에 사물놀이·영상·비보이춤 등 다양한 물감을 칠한다. 안양반의 딸과 허총각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을 닮았다.
경사진 무대는 둥근 징 같았다. 무대 뒤에서는 사물놀이 가락이 쏟아져 나왔다. 공중에서 내려온 북 세트를 7명의 사내가 두드리는 장면, '부용대에서 내려다본 낙동강'을 표현하는 대목은 수공업이라서 더 좋았다. 정적(靜寂) 속에 발구름과 춤만 일렁이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공연은 전체적으로 아직 정리가 덜 된 느낌이었다. 재료가 너무 많고 단단하게 뭉쳐지지 않아 팍팍한 음식 같았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보편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드라마의 궤도를 더 다듬고 필연성이 있는 장면들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유쾌한 퍼포먼스로 가는 출구를 찾아야 한다.
▶10월 2일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 10월 16~24일 서울 코엑스아티움.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