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9.28 18:43
"운명... 아닐까요? ㅎㅎ"
배우 윤공주는 뮤지컬 '틱틱 붐'에 출연하게 된 것이 '운명'이라고 했다. "서른살 젊은이들의 이야기잖아요. 제가 마침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이에요. 딱 맞춰 하는 거죠. 하하."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동안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많이 했어요. 사실 지금껏 했던 역할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요. 그래서 더 현실감이 있어요."
하긴 '그리스'의 '샌디', '올슉업'의 나탈리 등 윤공주가 소화했던 역할은 여고생이나 발랄한 아가씨다. 지난달 말 서울 공연을 끝낸 '생명의 항해'에서는 열아홉 처녀로 변신했다.
'틱틱 붐'은 '렌트'로 유명한 조나단 라슨의 유작이다. 서른 즈음의 젊은이들이 좌절을 딛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록사운드에 담았다. 윤공주는 주인공 존의 여자친구인 수잔을 맡았다. 존 보다는 조금더 성숙하고 남자를 보듬을 줄 아는 여자다.
"2001년 공연때 양소민 선배가 하는 걸 봤어요. 무대에서 굉장히 예뻤던 기억이 나요. 걱정이네요(웃음)."
서른살은 사람을 고민에 빠뜨리게 하는 나이다. 누군가는 '젊은 것도 아니고 늙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나이'라고 했고, 한 시인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틱틱 붐'의 주인공 존 역시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는데 서른이라니..."라고 되뇌인다.
"서른이라고 해서 사실 불안하거나 초조한 건 없어요. 정신없이 20대를 보내서 그런가봐요."
그녀의 서른은 아직은 20대의 연장선에 있는 듯 했다. 사실 윤공주는 지난 10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만큼 부산하게 살았다.
뮤지컬이 뭔지도 몰랐던 대학 시절, 친구 따라 '가스펠' 오디션에 나갔다가 덜컥 붙는 바람에 배우가 됐다. 2001년도 일이다. 2004년 스타의 산실로 불리는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주인공 유미리로 발탁된 뒤 성공가도를 달렸다. ''겨울 나그네' ''드라큘라' '맨 오브 라만차' '미녀는 괴로워' 등 굵직굵작헌 화제작에서 잇달아 주연을 맡았다. 이름 그대로 '뮤지컬계의 공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화려함의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시련도 있었다. "사실 10년 동안 내내 좋지만은 않았어요. 특히 지난해엔 많이 힘들었어요. 오디션도 떨어지고, 준비하던 작품도 엎어지고..., 인생공부를 많이 했지요."
어느 덧 데뷔 10년차, 이제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은 나이가 됐다. 신인시절 낯을 가리던 모습도 이제는 노련함과 성숙함으로 대체됐다.
"지금하는 작품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것뿐이에요. 사실 제가 잘 난 것도 없고..., 솔직히 나 자신을 약간은 객관적으로 볼 줄 알거든요."
공주에서 여왕으로 언제 변신하느냐고 물었더니 "왕과 결혼해야죠"라며 깔깔 웃는다.
가식이 없고 명랑한 것은 여전했다. 그런 미덕이 무대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이 윤공주의 매력이다. 그녀의 서른살은 20대의 연장선에서, 여전히 잔치가 진행 중인 듯 했다.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 '틱틱붐'은 오는 30일부터 11월7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신성록 강필석 이주광이 함께 출연하고 연출은 이항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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