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9.28 03:16
군포 아파트형 공장 찾은 '콰르텟 X'

추석 연휴를 마치고 정상 조업에 들어간 27일 오전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의 아파트형 공장 SK벤티움단지에 구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조선일보가 올해 일상에서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펼치는 '우리 동네 콘서트' 캠페인이 이곳을 찾은 것이다.
SK벤티움단지는 전자부품, 기계, IT업체 등 제조업체 175곳을 비롯해서 250개 업체, 30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일터다. 겉에서 보면 지상 9층에서 13층짜리 깔끔한 사무용 빌딩 4동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드릴과 선반, 밀링기계를 갖춘 작업장이 많다.

예고된 시간이 가까워지자 101동 2층 로비는 150여명의 청중이 몰려들어 빈자리가 없었다. 연주에 나선 '콰르텟 X'는 2002년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씨를 리더로 출범한 젊은 연주 단체로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클래식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각각 2분짜리로 편곡한 비발디 '사계'의 여름과 겨울로 시작한 콘서트는 음악해설가로도 이름난 조씨가 하이든 현악사중주 '농담'을 소개하면서 무르익어 갔다. "이 곡은 끝날 듯 말 듯하면서 계속 이어져 청중들의 박수와 웃음을 이끌어냅니다. 그래서 '농담'이라고 이름 붙인 모양입니다."
콰르텟 X는 '농담'을 연주하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는 듯하다가 다시 연주를 이어가는 등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청중을 웃겼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삽입곡 중 첼로 솔로(최규연)를 연주할 때는 소리를 놓칠세라 첼로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청중도 보였다. 직원 장진숙(37)씨는 "클래식은 따분하다는 생각 때문에 공연장에 가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해설을 재미있게 해서 지루하지 않게 잘 들었다"고 했다. 입주자 대표 김영곤 회장은 "공장 분위기가 너무 삭막해서 2008년에 로비를 클래식이나 대중음악을 공연할 수 있는 장소로 꾸몄지만 콘서트를 열 기회가 많지 않았다"면서 '우리 동네 콘서트'를 반겼다.
우리 동네 콘서트는 서울시향이 공동 주최하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한국메세나협의회·서울문화재단·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다. 신청 문의 (02)724-5335~6. livingroo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