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9.28 00:30
'서울평화상' 베네수엘라 아브레우 박사
35년 전 '엘 시스테마' 창단… 범죄에 빠진 아이들에게 음악으로 '삶의 의미' 가르쳐
음악가이면서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석유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아브레우 박사가 음악을 통한 청소년 교화사업을 시작한 것은 35년 전인 1975년이다. 폭력과 범죄가 넘쳐나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11명에게 사재를 털어가며 악기를 사주고 연주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처음 무료로 클라리넷을 받은 전과 5범 소년은 "내가 악기를 들고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고 아브레우 박사가 믿고 있어 놀랐다"고 했다고 한다.

아브레우 박사는 악기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하는 것에 상관없이 그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잡을 것만 요구했다. 이후 더 많은 빈민층 아이들이 음악교육의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제안해 체계적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이 '엘 시스테마'의 시초다.
'엘 시스테마'는 이 조직을 거친 청소년들이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하면서 더욱 명성을 얻었다. 지금은 남미 전역과 미국에까지 확산된 상태다.
베네수엘라의 대표적 청소년 오케스트라인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은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이 됐다. 또 카라카스 빈민가 출신으로 더블 베이스를 연주했던 에딕손 루이스는 17세 때 베를린 필하모닉에 최연소 입단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엘 시스테마'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돼 지난달 국내에도 개봉됐다. 또 베네수엘라 기자 출신인 체피 보르사치니가 쓴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라는 책도 나와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번 수상과 관련한 소감으로 "빈곤층 청소년들에게 인생의 가치를 일깨워 줌으로써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봉사할 기회를 주려는 나의 노력이 인정받게 돼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남미 인사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이철승 서울평화상위원회 위원장은 "음악가에게 서울평화상을 수여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서울평화상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