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산·바다·강 부산 전체가 갤러리예요"

  • 권경훈 기자

입력 : 2010.09.27 23:08

11월 20일까지 열리는 부산비엔날레 인기 후끈
시장·백화점·지하철역서도… 동쪽 기장군~서쪽 사하구, 시내 곳곳서 전시회 만발

2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상추골목' 입구 시장.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이 천장을 쳐다보며 신기해 하고 있었다. 천장에는 지름이 50㎝ 가량 되는 파란색, 빨간색 등의 플라스틱 소쿠리 30~40여개가 달려 있었다. 소쿠리 입 쪽에 붙은 종이에는 '복(福)' '담' '퍼' '요' '기(氣)' '세' '가' 등의 글자가 큼지막하게 쓰여져 있었다. 한 50대 아주머니는 "복.퍼.가.세.요"라고 말하기도 했고, 또 다른 아저씨는 "기.퍼.요"라고 읽으며 재밌어 했다.

지난 11일 개막한 부산비엔날레의 예술 작품들이 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미술관 등을 일부러 찾지 않아도 시장이나 백화점 물건을 사거나 바닷가를 산보하면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손쉬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부전시장의 건어물 등을 주로 파는 구역 아케이드에는 연 모양의 대형 걸게 그림 30여 장이 매달려 있었다. 사람이나 동물이 원색으로 코믹하게 그려져 있는 걸게 그림에는 "생선가게 아저씨 현란한 칼놀림 뎅강뎅강 …" 등 재미난 글귀도 더해져 보는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2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아케이드 천장에 대형 걸게 그림들이 걸려 있다. 이 그림들은 부산비엔날레 대안공간 연계전시 프로그램 중 하나다.
부전시장에는 이외에도 '상추골목' 아케이드 천장에 400여 개의 소원등이 매달린 것을 비롯해 이달 매주 토요일 각종 퍼포먼스 행사가 열렸고, 10월에도 열릴 예정이다. 부전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장통 비엔날레'로 부산비엔날레 대안공간 연계전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시장을 보러 나온 주부 김영자(57·부산 당감동)씨는 "시장 곳곳에 못 보던 것들이 매달려 있어 이게 뭔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무슨 예술제 때문에 설치된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재밌는 볼거리가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에서‘진화 속의 삶(Living in Evolution)’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는 부산비엔날레 작품들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김용우 기자
시장만 아니다. 백화점도 갤러리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아티스타(ARTISTAR)'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엔 '잘 아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구혜선, 하정우, 지진희, 남궁옥분 등 유명 스타 10명의 회화와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바다, 해수욕장이 화랑으로 변신했다. 광안리해수욕장에는 유명 작가 13명의 작품 20점이 설치돼 있다.

특히 백사장이라는 넓은 공간을 활용했기 때문에 큼직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다. 태국의 작각 타워싹 씨텅디가 흰색 페인트통 위에 다소곳이 앉아 이동하는 사람을 응시하는 모습을 한 높이 6m 규모의 대형 조각품과 중국의 치우 안시옹 작의 지름 6m에 달하는 그릇 모양의 조각작품 '명상의 장'은 압권이다. 어린이대공원과 삼락공원에도 각각 높이 12m와 5m인 조형물과 조각이 전시돼 있어 야외 나들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있다.

부산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 갖가지 작품들이 설치돼 나들이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용우 기자

그렇다고 메인 전시를 놓치면 안된다. 메인 전시장인 시립미술관에는 54명의 작품 129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술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하는 현대미술 작가 가운데 최고봉으로 꼽히는 오스트리아의 아르눌프 라이너의 7개 작품을 비롯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된 아픈 경험이 있는 어머니의 행적을 추적한 이스라엘 가르바스의 기록 사진, 다채널 비디오와 농업용 헬기를 대비시켜 전쟁이라는 암울한 역사를 넘어 근대화된 베트남의 현재를 표현한 베트남의 딘 큐 레의 작품 등이 화려하게 포진해 있다.

조일상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야외에서 시원한 가을 바람을 쐬며 예술 감상을 한 뒤 이번 비엔날레의 꽃이자 핵심인 시립미술관의 작품을 이어 감상한다면 아주 훌륭한 감상 코스가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 유치하기 힘든 유명 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 만큼 현대 미술의 중후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3개국 252명의 작가가 참여해 338점의 작품이 전시되는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11월 20일까지 이들 장소 외에도 요트경기장,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문화회관, 사하구 다대동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 기장군 일광면 오픈스페이스 배, 금련산역 갤러리, 부산시청 전시실, 부산지역 26개 화랑에서 열린다. 최봉재 부산비엔날레 홍보팀장은 "지난 주말(26일)까지 3만8800여 명의 관람객이 비엔날레 전시장을 찾았는데 지난번보다 다소 늘어난 추세"라며 "이번 비엔날레는 작품 수를 줄이는 대신 대형 예술품을 전시하는 등 작품의 규모와 완성도 면에 더 집중했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도 다변화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