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9.16 03:04
이탈리아産 초연작, 러시아産 이색작… 오페라 뭐 볼까

평론가 박종호가 '콕' 짚어드립니다
오페라 애호가들은 올가을을 애타게 기다릴 것 같다. 10월에 무대에 오르는 대형 오페라만 4편이나 되기 때문이다. 국내 초연인 '메피스토펠레'부터 인기 레퍼토리인 '라 보엠'까지 눈높이에 따라 골라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오페라 해설서 '불멸의 오페라'를 쓴 오페라 평론가 박종호씨가 이들 오페라의 감상포인트를 소개한다. /편집자
◆伊·佛의 '괴테' 해석 비교하는 재미
국립오페라단은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를 국내 초연한다. 베르디의 걸작 오페라 '오델로' '팔스타프'의 대본가로 유명한 보이토는 또한 자신의 오페라로 성공하기를 원했던 이탈리아 작곡가였다. '메피스토펠레'는 그가 남긴 유일한 완성 오페라로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유럽의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는 표준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같은 원작에서 나온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가 작품 전체보다 파우스트 박사와 시골 처녀 마르그리트의 일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데 비하여, 보이토는 대문호의 작품 세계 전체를 담으려고 애썼다. '메피스토펠레'는 이탈리아적인 오페라 전통에 독일적 구성력을 함께 갖춘 수작으로, 스케일도 크고 아름다운 대목도 적지 않다. 이번 공연은 국내 오페라 레퍼토리의 편협함을 넘어서려는 국립오페라단의 의지가 담겨 있다. 내년 봄에 구노의 '파우스트'도 올릴 계획으로 있으니, 독일 대문호의 작품이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작곡가에 의해 어떻게 다르게 극화됐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프랑스 대혁명기의 사랑과 정의
서울시오페라단이 올리는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는 국내에서 네 번째로 올려지는 작품이다.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세 젊은 지성인들의 들끓은 사랑과 정의를 그린 드라마다. 근대적인 작법을 보이면서도, 전통적인 이탈리아 아리아의 아름다움도 살리고 있다. 제대로 공연된다면 귀는 물론이고 가슴을 울릴만한 명작이다. 이번 공연은 박현재·고성현·김향란 등 국내를 대표하는 성악가들의 가창을 감상할 수 있다.

◆설명이 필요 없는 푸치니 음악
고양문화재단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공동제작하는 푸치니의 '라 보엠'은 국내 오페라계의 단골 메뉴로 푸치니 음악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지방의 두 개 이상 극장이 함께 오페라를 만드는 것은 유럽에서는 흔한 일로, 예산 절감과 작품성 향상을 동시에 꾀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공연은 그동안 참신한 연출을 자주 올렸던 연출가 장수동의 새로운 의도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러시아적 향취 물씬 밴 異色作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극장이 올리는 보로딘의 '프린스 이고르'는 국내 무대에서 언어 등의 제약 때문에 접할 기회가 적은 러시아 작품이다. 대신에 그런 갈증은 틈틈이 내한해온 러시아 극장의 공연으로 해갈 했는데, 이번에는 유럽에서도 자주 올리지 못하는 귀한 작품이 우리를 찾는다. '프린스 이고르'는 진정한 러시아적 향취가 물씬 나는 작품으로, 배역은 모두 러시아 성악가들로 채워진다. 러시아 오페라는 전 세계 극장에서 이탈리아·독일·프랑스 오페라에 이어서 네 번째로 많이 올려지며, 서유럽 오페라와는 다른 특색을 보인다.
▶안드레아 셰니에, 10월 14~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99-1783~6
▶라 보엠 10월 21~23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042)610-2222. 29~31일 고양아람누리극장 1577-7766
▶프린스 이고르 10월 7~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2650-74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