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9.16 03:06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파격, 어디까지입니까… 난이도로 본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공중에 거대한 거울을 매달아 벽 뒤의 공간을 비추는 연극이 온다. 배우들이 알몸으로 서서 객석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시작되는 무용, 움직임과 영상의 화학반응에 집중하는 작품도 있다. 10월 2일부터 44일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2010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열린다. 해외초청작 10편 가운데 연극 '폭풍'은 매진 초읽기에 들어갔고, 복합장르극 '제발!'도 예매에 속도가 붙었다. 주요작품을 난이도별로 소개한다. 공연 일정은 www.spaf.or.kr 참조. (02)3673-2561~5

러시아 연극 '폭풍'은 소박하면서도 격정적이다. 볼가강 옆의 마을을 배경으로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위선과 모순을 들춰낸다. 사랑·혐오·집착·분노 같은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벽 위에 여러 개의 나무판자를 걸쳐 놓은 세트도 창의적이다. 배우들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실내와 볼가강의 찬물 사이를 시소처럼 왕복한다. 2008년 러시아 황금마스크 페스티벌 작품상 수상작이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프랑스 무용 '도시 발레', 김윤정댄스프로젝트의 '문워크'도 누구나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현대무용과 발레, 힙합 등 다양한 춤을 가로지르는 '도시 발레'는 에너지가 넘친다. '문워크'는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을 통해 허상에 매혹되는 인간의 욕망을 꼬집는다.
'도전자 관람가' B코스
벨기에 작품으로 무용과 영상이 화학반응하는 '드망', 프랑스 국립민중극장의 연극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드망'은 춤 자체로 승부하는 미셸 누아레의 안무와 신비롭고 다층적인 영상으로 무대를 채운다. 축제 개막작인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는 '광대의 질투' 등 몰리에르 단막극 3편을 묶었다. 미니멀한 무대, 시대 고증을 한 의상, 과장된 분장이 부드럽게 어울린다. 김철리 예술감독은 "'드망'과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는 공간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운 작품들"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마네킹들에게 감정을 싣고 몽환적인 에로티시즘을 보여주는 프랑스 무용 '쇼윈도', 결혼과 실패를 주제로 한 고골의 작품 4편을 이어붙이는 불가리아 연극 '고골의 꿈',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제작해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에 다녀온 연극 '코뿔소'가 있다.
'마니아 이상 관람가' C코스
리투아니아에서 날아오는 '바냐 아저씨'는 난도가 높은 연극으로 분류된다. 테이블 몇 개를 모자이크처럼 짜맞추면서 장면을 전환하고, 사이먼 앤 가펑클의 친숙한 멜로디를 들려준다. 러시아 희곡, 리투아니아 배우, 프랑스 연출가의 조합이 체호프 희곡의 저류(底流)를 어떻게 길어올릴지 궁금하다. 스위스 복합장르극인 '제발!'(만18세 이상 관람가)은 올해 가장 파격적인 작품이다. 네 명의 무용수가 완전하게 노출된 몸으로 아이 같은 몸짓, 이야기, 영상을 내민다. 작곡가 최우정, 안무가 차진엽, 영상작가 하석준과 TIMF앙상블의 연주가 어우러지는 복합장르극 'Francisca'의 실험도 C코스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