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9.16 03:06
'이천아트홀' 연일 매진행렬…
개관 1년 만에 문화 메카로

"1악장은 요란하게 끝나기 때문에 박수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것입니다만… 어쩌면 괜히 말씀드렸는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중리동에 자리 잡은 이천아트홀 대극장. 경기필하모닉을 이끄는 지휘자 금난새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소개한 뒤, 머뭇머뭇하며 악장 간 박수를 삼가달라는 취지로 얘기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지휘대에 오른 금씨는 열정적인 손놀림으로 음악을 빚어나갔다.
"역시 아까 괜히 말씀드린 것 같아요. 하지만 다음 곡은 정말 걱정입니다. 일단 기니까…." 짧은 휴식 후 다시 지휘대에 오른 그는 쾌활하게 해설을 이어갔다. "라흐마니노프의 첫 교향곡은 평가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분이 키는 크지만 소심했어요. 다행히 2번은 반응이 좋았습니다만, 이 곡을 들어보신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금씨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연주에 앞서 각 악장의 특징적인 대목을 소개하면서 중간 중간 오케스트라 연주까지 시범적으로 들려줬다. "1악장 서주는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시작하는데, 뭔가 비밀스러운 것을 말하고 싶은 분위기입니다. 2악장은 사냥터의 활기찬 모습을 떠올리듯 경쾌하지요…." 연주가 50분 남짓 이어지자 청중들은 금씨의 설명을 떠올리며 연주에 귀를 기울였고,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날 금난새의 경기필하모닉 공연은 3주 전에 매진되면서 이변을 예고했다. 1050석 대극장을 채우고도 모자라, 예약취소를 기다리는 관객까지 생겼다. 1년 전만 해도 인구 20만의 이천시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하나 없는 공연 불모지였다. 그러나 작년 6월 대·소극장과 전시장을 갖춘 이천아트홀이 들어서면서 달라졌다. 경기필하모닉과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등 개관 공연에 이어 올 초에도 이무지치 실내악단이 공연했다. 지난 5월 엿새간 여덟 차례 공연한 뮤지컬 '맘마미아'는 유료객석 점유율이 85%를 넘어섰다.
이천아트홀 홍성길씨는 "이천뿐 아니라 인근 여주·하남·광주 등에서 오는 관객도 많다"고 말했다. 이천아트홀은 연극 '이'(10월), 뮤지컬 '김종욱 찾기'(11월), 발레 '호두까기 인형'(12월) 등을 올린다. 내년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브런치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