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억눌러온 본능을 자극받았어요"

  • 뉴시스

입력 : 2010.09.14 19:23

이윤지, 탤런트
“‘캐서린’이 자신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캐릭터나 저 역시도 세상 앞에서 솔직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들어요.”

‘프루프’의 여주인공 ‘캐서린’으로 연극에 데뷔하는 탤런트 이윤지(26)는 14일 “이 캐릭터를 맡고 나서부터 본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고 밝혔다.

‘프루프’는 천재수학자 존 내시(82)를 모티브로 ‘로버트’와 그의 가상의 딸 ‘캐서린’을 등장시켜 천재성과 광기, 인간관계 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윤지가 연기하는 캐서린은 천재수학자의 딸로 아버지로부터 천재성과 함께 광기도 물려받은 예민하고 난해한 캐릭터다. “캐서린에게는 내가 살면서 외면하거나 덮고 싶었던 요소들이 내재돼 있다”면서 “본능적이지 못했던 이윤지가 자신 있게 본능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인물이 될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열심히 해서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 평소 꼼꼼하고 신중하기로 유명한 이윤지가 이 작품의 출연만큼은 선뜻 결정했다.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 대본을 받은 뒤 30~40분만에 다 읽어버렸다”며 “바로 ‘캐서린을 연기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너무 성급해 이 (‘프루프’에 출연한) 판단이 맞는 판단일까 싶었다”며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이 번뜩인 생각을 믿고 싶다”고 까르르 웃었다.

평소 밝고 똘망똘망하며 순수한 이미지를 지닌 만큼 이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부담도 많이 느꼈을 법하다. “비단,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 이 작품에 출연한 것은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워낙 데뷔 때부터 눈이 동그랗고 발랄한 이미지가 강했다”며 “그런 이미지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 나 역시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렇게 살아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런 이미지를 위해 (다른 연기 도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며 “캐서린이란 캐릭터는 내가 발광하고 생난리를 쳐도 다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 작품 연습에 들어가기 직전 만났던 친구를 연습 한 달 후에 다시 만났는데 내가 변한 것 같다고 했다”며 “캐서린에게 업혀가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싱긋 웃었다.

이윤지의 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스가 악어컴퍼니,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펼치는 대학로 연극축제 ‘무대가 좋다’의 한 작품이다. 문근영(23)이 ‘클로져’ 출연하는 등 나무엑터스 소속 배우들이 이미 ‘무대가 좋다’의 작품에 나왔거나 나오고 있다.

“문근영씨가 출연한 ‘클로져’를 봤는데 여주인공 ‘앨리스’를 맡은 문근영이 여느 배우와 달리 자신만의 앨리스를 만든 것 같다”며 “그런 부분이 사랑스럽고 감동적이었다”는 느낌이다.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한 문근영의 앨리스였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영화배우 강혜정(28)이 이윤지와 캐서린을 번갈아 연기한다. “혜정 언니랑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지만 콘셉트 등이 너무 다르다”며 “혜정 언니는 강한 에너지가 있는 반면 나는 예민한 것 같다”고 구분했다. “내가 혜정 언니 공연을 보고 있으면 완전히 다른 공연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유리 연출은 강혜정과 이윤지를 비교하며 “강혜정은 내면의 에너지가 강하고 이윤지는 분석력과 세련된 표현력이 좋다”고 평했다.

이윤지는 이 작품이 연기을 넘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작품을 해야 인생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그래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심리극인만큼 병원에서 놀이 치료를 받는다는 심정으로 연습하고 있다”며 “연극을 끝내면 후유증이 클 것 같지만 더 나은 사람이 돼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프루프’는 2001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그해 퓰리처상, 토니상,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상 등 8개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추상미(37)가 캐서린을 맡아 처음 공연됐다. 2008년 공연에서는 김지호(36)가 캐서린을 연기했다.

‘프루프’는 ‘풀 포 러브’와 ‘클로져’에 이은 ‘무대가 좋다’의 세 번째 작품이다. 탤런트 겸 연극배우 정원중(50)이 주인공 로버트를 연기한다. 연극배우 김태인, 하다솜, 김동현 등이 출연한다. 10월12일부터 12월12일까지 대학로 컬처스페이스nu에서 볼 수 있다. 3만5000~5만원. 02-6273-5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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