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광주비엔날레 이렇게 즐긴다] "주제전 볼거리 풍성… 시민참여 전시 신선"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0.09.12 22:45

시장·병원 등서도 전시 공연·축제·이벤트 다채

창설 15년 만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현대미술축제로 자리잡은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3일 여덟 번째 마당을 열어 오는 11월 7일까지 66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주제전이 열리는 전시관에는 그동안 비엔날레 때 넘쳐났던 설치 작품이 줄어든 대신, 사진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이전에 비해 실험적 작업은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볼거리는 충실하다는 것이 초반 관람객들의 평가다. 재래시장과 광주시 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시민 참여형 전시·이벤트들은 미술 저변을 넓히는 새로운 시도로 자리잡고 있다.

주제 전시와 특별 프로젝트, 주말 공연 등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풍성하게 만날 수 있는 주요 포인트를 짚어본다.

전 세계를 경악케 했던‘9·11테러’를 소개한 사건 발생 다음 날인 9월 12일자 전 세계 주요 신문들의 1면을 모은 작품. 사건을 어떻게 같고 또 다르게 인식했는지 소상하게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31개국 134명이 펼친 '만인보'

2010광주비엔날레 주제는 고은(高銀) 시인의 연작 서사시 이름에서 따온 '만인보(萬人譜·10,000 LIVES)'. '만인보'는 시인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에 관여한 혐의로 투옥된 뒤 쓰기 시작한 연작시다. 역사와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과 시인이 전 생애를 통해 직접 만난 3800여명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뉴욕 뉴뮤지엄 특별프로젝트디렉터) 예술총감독은 "우리는 매일 수백만 개의 이미지들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미지 과잉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이미지와 사람의 관계를 폭넓게 고찰한 다양한 시각예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엔날레관 5개 전시실과 시립미술관, 시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주제 전시에는 31개국 134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세계적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 사진작가 신디 셔먼, 앤디 워홀, 마우리치오 카텔란 등 저명 작가들이 출품했다.

전시 작품 가운데, 중국 문화혁명 당시 제작된 실제 크기 인물상 103개로 구성된 '렌트컬렉션 코트야드', 크메르루주 학살 희생자들의 기억을 담은 '캄보디아 투올슬렝 교도소 사진', 수집가 이데사 헨델레스가 3000여장의 사진과 실물 곰인형을 곁들여 편집한 '테디베어 아카이브', 6·10항쟁 당시 숨진 이한열씨 장례식에 쓰였던 대형 영정과 트럭 등이 눈길을 끈다.

조인호 전시부장은 "주제가 다소 무겁고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 전시장을 찾으면 흥미와 진지함이 버무려진 풍성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언론인들이 광주비엔날레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나도 작가" 시민참여 프로그램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다채로운 시민 참여 프로그램들이다. 광주의 대표적 재래시장에서 진행되는 '양동시장 프로젝트'는 작가 중심의 전시를 벗어나 시장 상인과 시민, 관광객들이 주인공이 되는 참여형 문화이벤트. 시장 안에 새로 조성된 문화공간(어진관)과 주변 공간을 무대로, 참여작가와 관람객이 전시에 대한 느낌을 벽면에 표현하는 '이미지의 벽', 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상점의 특성을 아이콘으로 표현하는 '이모티콘 맵', 상인들이 직접 시장의 변천사를 기록하는 '양동시장 아카이브'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하나의 시민 참여 이벤트는 9일 전남대치과병원 등 광주시 내 20여곳에서 일제히 막을 올린 '나도 비엔날레 작가:만인보+1'. 시민사회가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방식의 공모를 통해 주민자치회, 사내동아리, 취미모임 등이 제안한 전시 25개를 선정해 시민참여 전시로 선보인다. 선정된 전시는 작가들의 자문과 협력, 예산, 홍보 등 도움을 받아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미술관을 비롯, 사진동우회·국악단체·상인회 등 단체와 개인 등이 색다른 전시와 이벤트를 선보인다. 전시장소도 광주시청을 비롯, 병원, 시장, 학교, 다방, 옛 가옥, 교회, 지하철역, 길거리 등 다양하다.

주말공연·문화이벤트 등 풍성

가족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주말과 휴일에는 비엔날레 전시관 앞 무대에서 시민들이 음악·연극·무용·마술 등의 공연을 펼치는 '만인 주말 콘서트'가 진행된다.

또 비엔날레가 열리는 동안 광주와 전남에서는 풍성한 문화 이벤트가 열린다. 비엔날레와 함께 남도의 가을 정취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전남 강진에서는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청자예술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막을 올린 프로젝트에는 54명의 현대미술 작가가 참여, 청자박물관·영랑생가·백련사·강진군청 등 곳곳에서 회화와 조각, 설치, 사진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계속되며, 광주비엔날레 기간 중에는 광주와 강진을 오가는 무료버스를 운행한다. 매주 금~일요일 하루 1차례 운행되며, 강진의 유적지와 답사지를 경유해 광주로 돌아온다.

10월 1~16일에는 '광주국제공연예술제', 10월 7~9일에는 '광주정율성국제음악제'가 열린다. 10월 22~24일 영암에서 열리는 F1(포뮬러원국제자동차경주대회) 코리아그랑프리, 10월 23~27일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김치문화축제' 등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도 즐길 수 있다.

이용우 (재)광주비엔날레 상임부이사장은 "광주비엔날레는 이제 세계 정상급 미술축제로 자리잡았다"며 "국내외 미술인과 애호가들이 '예술의 도시' 광주의 멋과 맛을 만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62)608-4114. 홈페이지 www.g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