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8.26 02:57
[리뷰] 뮤지컬 '서편제'
"심봉사 이 말을 듣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이게 웬말이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어디 어디 어디 내 딸 좀 보자/ 두 눈을 꿈쩍 꿈쩍 꿈쩍 꿈쩍 꿈쩍거리더니 번쩍, 떴구나…."
눈먼 송화(이자람)가 검은 물 같은 한(恨)을 토해내는데 눈앞이 차츰 환해진다. 무대와 객석에 강렬한 백색 조명이 내리쬔다. 뮤지컬 '서편제'(조광화 작·이지나 연출)는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10분)으로 이렇게 닫혔다. 고요한 몰입, 차가운 소름을 부르는 엔딩이었다.
눈먼 송화(이자람)가 검은 물 같은 한(恨)을 토해내는데 눈앞이 차츰 환해진다. 무대와 객석에 강렬한 백색 조명이 내리쬔다. 뮤지컬 '서편제'(조광화 작·이지나 연출)는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10분)으로 이렇게 닫혔다. 고요한 몰입, 차가운 소름을 부르는 엔딩이었다.
이청준의 소설과 임권택의 영화로 친숙한 이야기에 어떤 무대언어를 입힐 것이냐가 이 뮤지컬의 고민이었다. '서편제'는 '드림걸즈'가 LED 패널로 장면을 전환했듯이 무대를 비우는 쪽으로 갔다. 미닫이문들이 겹겹이 들어오고 나가는 무대는 한국적이었다. 미닫이문에 옷고름처럼 길게 잘라 붙인 한지 조각들이 흔들리며 무늬를 만들었다. 그 위에 영상과 조명을 쏴 시·공간의 변화를 표현했는데, 처음엔 거칠었지만 폭포와 클럽 장면 등 뒤로 갈수록 효과적이었다.
빈 무대의 주인공은 역시 판소리와 북이었다. "이 기분을 새겨둬라. 한이 쌓여 소리가 된다"는 유봉(서범석)의 말처럼, 이자람은 이 비극의 정서를 단단하게 뭉쳐 소리로 던졌다. 사랑가는 밝고 담백했으며, 심청가는 눈물과 환희의 뒤범벅이었다.
회전무대 위에서 고단한 소리꾼의 길을 가는 유봉과 송화, 그게 싫어서 떠난 동호(임태경)의 균형감이 좋았다. 임태경의 성숙한 연기를 본 것도 수확이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시간이 가면/ 모든 건 잊혀지리~"로 흐르는 노래가 오래 귓바퀴에 맴돌았다. 하지만 소리를 시각화하지 못했다는 점이 두고두고 아쉽다.
▶11월 7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1544-1555
빈 무대의 주인공은 역시 판소리와 북이었다. "이 기분을 새겨둬라. 한이 쌓여 소리가 된다"는 유봉(서범석)의 말처럼, 이자람은 이 비극의 정서를 단단하게 뭉쳐 소리로 던졌다. 사랑가는 밝고 담백했으며, 심청가는 눈물과 환희의 뒤범벅이었다.
회전무대 위에서 고단한 소리꾼의 길을 가는 유봉과 송화, 그게 싫어서 떠난 동호(임태경)의 균형감이 좋았다. 임태경의 성숙한 연기를 본 것도 수확이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시간이 가면/ 모든 건 잊혀지리~"로 흐르는 노래가 오래 귓바퀴에 맴돌았다. 하지만 소리를 시각화하지 못했다는 점이 두고두고 아쉽다.
▶11월 7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