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8.19 03:05
바이올린의 女神 정경화가 콕 찍은 후배 김수연·이유라
콩쿠르·賞 휩쓸며 일찌감치 주목… 李는 힘 넘치고 金은 사려 깊어…
'7인의 음악인들' 공연서 한 무대에
5년 만에 지난 5월 무대에 복귀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눈여겨보는 후배 연주자를 들어달라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두 명의 이름을 꼽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25)와 김수연(23)이었다. 정경화는 "요즘 한국에서도 완벽한 재능을 타고난 젊은 음악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바이올린의 여신(女神)'에게 낙점을 받은 이들 차세대 기대주가 한무대에 선다. 19일부터 전국 4개 공연장에서 열리는 '7인의 음악인들' 연주회다. 이유라와 김수연은 피아노 정명훈·김선욱, 첼로 양성원·송영훈, 더블베이스 성민제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양수겸장(兩手兼將)'을 선보이는 이유라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에서는 비올라를 잡고, 김수연이 바이올린으로 화답한다.

이유라는 9세 때 미국 뉴욕의 줄리아드 음악원 예비학교에 진학한 뒤 12세 때 굴지의 매니지먼트 회사 ICM과 계약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2007년 미국에서 활동하는 젊은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Avery Fischer Career Grant)상을 받았고, 현재 뉴욕 링컨센터의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바이올린만 연주하면 남보다 앞서려고만 하기 쉽다. 비올라를 통해서 내조의 역할에 눈뜬다"고 말했다.
김수연은 2003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와 2006년 하노버 콩쿠르에서 연거푸 우승하면서 주목받았다. 내년 초에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다. 그는 "바흐라는 거대한 산맥에 무모하게 도전한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웃었다.
미국 뉴욕의 이유라와 독일 뮌헨의 김수연은 음악적 색깔도 차이가 난다. 이유라가 화려하면 김수연은 진중하고, 이유라가 당차다면 김수연은 사려 깊다. 이유라는 김수연에 대해 "자칫 기분이나 열정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데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잘 잡는다"고 했다. 두 살 연하인 김수연은 "유라 언니는 어떤 무대에서든 강력한 힘을 내뿜으면서 설득력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은 일찌감치 주목을 받다 보니 시련도 적지 않았다. 이유라는 성인용 바이올린을 어릴 적부터 잡다 보니 왼팔 부상으로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유라는 "나이는 어린데 성숙한 연주자로 보여야 하니 물을 채우기도 전에 쏟아내는 것처럼 마음속 갈등을 겪었다"고 말했다. 독일의 가난한 유학생 부부의 딸로 자란 김수연은 "한때 바이올린이 내 길이 맞는지, 혹시 다른 길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격렬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유라는 "아무리 들어도 도무지 끝을 짐작할 수 없는 슈베르트의 작품만으로 언젠가 독주회 무대를 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바흐 독주곡을 녹음 중인 김수연은 바르토크와 브리튼, 쇤베르크 등 20세기 바이올린 협주곡까지 욕심을 내고 있다. 가장 자주 떠올리는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유라는 "초심(初心)", 김수연은 "행복"이라고 답했다.
▶'7인의 음악인들', 19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 20일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 21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02)518-7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