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家 발굴에 힘쓰고 작품의 질 높여야죠"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8.18 00:26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감독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현대무용을 하는 무용수들은 대부분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느라 밤 8시나 9시에야 연습을 시작합니다. 최선을 다하지만 작업에만 에너지를 쏟아붓긴 어려운 여건이죠. 가장 중요한 에너지를 쓰는 낮 시간에 제각각 다른 일들을 하고 있어요."

홍승엽(48)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17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출범식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현대무용에 대한 접근 방식이 변해야 한다"며 "우린 덩치가 작아 해외 진출이 용이하고 강렬한 현대무용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신설된 국립현대무용단은 현대 무용계의 숙원이었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전속 무용수 없이 프로젝트에 따라 무용수를 뽑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홍 감독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안무가 발굴을 위해 좋은 공간과 경제적 안정을 주면서 수준급 작품을 내놓겠다"고 했다.

올 하반기까지 주어진 예산은 17억5000만원이다. 홍 감독은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댄스시어터 온을 이끌어온 그는 "처음부터 없이 운영해서 버릇이 됐다"면서 "무대나 의상이 화려하지 않을 때 생각하는 깊이가 달라지고 춤도 변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무용제에 출품했을 때 지원금을 750만원 받았는데 무용수들 출연료를 빼니 300만원 남았어요. 하지만 제가 옷감을 떠서 디자인해 의상 제작소에 넘겼더니 총 45만원밖에 안 들었습니다. 당시 무용계의 의상 한 벌도 안 되는 값이었어요. 그런데 공연을 하니 '쟤는 왜 돈을 안 써'하는 반응이 돌아왔어요."

국내에서 보기 드문 공대 출신 무용가인 홍승엽 예술감독은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4년에는 "심사위원 대부분이 공연을 직접 안 보고 비디오로 심사했다"며 '올해의 예술상'을 거부해 화제가 됐었다. 그는 "우리 관객은 추상이 아닌 구상으로 바라보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좋은 작품은 추상이어도 재미를 준다"면서 "1주일짜리 장기공연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