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그랬듯…멀어져간 ‘죽마고우’,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입력 : 2010.07.30 18:32




자살한 뒤 알게 된 30년 우정의 진실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우리는 오늘 엘빈 켈비의 생을 기념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다리 위에서 나비처럼 날아 생을 마감한 엘빈의 장례식을 앞두고 그를 회고하는 송덕문을 작성하던 친구 토마스 위버는 좌절하고 만다. 생각을 막는 무언가 때문에 글을 이어나갈 수가 없다. 어린 시절 그들은 나중에 누군가가 먼저 하늘나라로 간다면 남아있는 한 명이 송덕문을 써주기로 약속해둔 터다. 자신이 놓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애쓰던 토마스는 결국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그가 엘빈을 제대로 보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온갖 자극적인 소재와 주제로 관객 끌어들이기에 몰두하고 있는 대학로에 잔잔한 뮤지컬 한편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오래된 책방이 눈앞에 펼쳐진다. 누군가의 사연이 담긴 글들로 빼곡할 책들이 책꽂이를 채우고 있다. 어렵지 않게 한 권을 뽑아내 낡은 책장을 넘기면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그 책방을 지키던 엘빈 켈비는 친구 토마스 위버와 크리스마스 특집영화로 즐겨보던 ‘멋진 인생’의 주인공처럼 불현듯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이야기는 거기서 멈췄다. 하지만 추억은 끝없이 남아 그 많은 책들 속에 점점이 박혔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제목 그대로 엘빈과 토마스의 인생 이야기다.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가 송덕문을 쓰는 중에 회고하는 친구 엘빈, 또 그 자신과 엘빈의 관계에 대한 회상을 그리고 있다. 친구로 지낸 두 남자가 30년간 지속한 우정을 시간의 변화에 따라 순차적으로 액자식 구성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성장기 소년들이 흔히 만들 수 있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선 비슷한 유형의 여타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코믹도 아니고 로맨틱도 없다. 스릴러도 아니고 극적 반전도 없다. 오히려 너무 서정적이어서 평이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작품의 특징은 여기에 있다. 토마스와 엘빈의 캐릭터로 대변되는 현실과 몽환의 미묘한 교집합 속에서 압축적인 감성을 만들어낸다.

다분히 사실적인 토마스와 이상과 꿈속에 머물고 있는 엘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작품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토마스가 엘빈에게서 그가 쓴 책들의 영감을 받았다는 것과 그 사실을 망각한 토마스가 엘빈을 이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늘 상황이 문제였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는 것도 우정이 변하는 것도 모두 마음에 앞서 바뀌어버린 상황 탓이다.

두 배우가 퇴장 없이 공연 내내 무대에 머문다. 단 한 차례도 암전이 되지 않고 바뀌지 않는 무대장치에서 효과를 내는 것은 원고가 씌어진 종이뭉치들뿐이다. 두 명의 배우가 극을 이끌어나가는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작품 전체를 소화하는 두 배우의 연기력과 호흡은 극의 근간이다. 작품이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던 배우들은 제몫을 충분히 해냈다. 배우 류정환과 신성록이 토마스 역을, 이석준과 이청용이 엘빈 역을 맡아 과거와 현재를 부지런히 오가며 오랜 두 친구의 우정을 반추한다.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9월19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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