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홀릭]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곳… 쓰레기도 작품이 되는 곳

  • 송혜진 기자

입력 : 2010.07.30 03:05

성북예술창작센터

이곳이 한때 보건소였다는 사실을 알려면 건물을 꼼꼼히 둘러봐야 한다. 복도 한가운데에 누워 있는 커다란 치과 수술용 의자는 꽃으로 덮어놓은 탓에 설치미술 작품처럼 보인다. 엑스레이(X-ray) 촬영기계는 이젠 서재를 장식하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인다.

28일 개관 집들이를 가진 서울 성북구 종암동 '성북예술창작센터'. 서울시가 오래된 보건소 건물을 활용해 새로운 예술창작 공간으로 바꿔놓은 곳이다.

일반 시민들이 공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붙여 꾸민 타일을 1층 로비에 예술품처럼 나란히 걸어놓은 모습. /성북예술창작센터 제공

이곳에 입주한 예술·디자인 단체는 총 7팀. 세 팀은 서울시가 직접 초청했고, 네 팀은 서울시 공모에 지원한 44팀을 심사해서 뽑았다. 소정의 관리비(한 달 평당 5000원)만 내면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에 입주한 프로젝트팀 '삼분의 이'에서 일하는 서현주씨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고 또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돼 무척 흥분된다"고 말했다.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나 작품을 만든다. 4층 디자인교육연구팀 '씨알드림' 작업실. 버려진 볼펜 뚜껑, 자투리 가죽과 천, 쓸모없는 전선 피복, 공장에서 종이상자나 노트를 만들 때 떨어져 나오는 종이쓰레기를 서랍 속에 담아 놓았다. 누구나 작업실에 들어가 내키는 대로 이것들을 타일에 예쁘게 붙이면, 이곳 센터 사람들이 이걸 잘 모아서 1층 로비에 전시한다. 이미 상품으로 나온 물건을 다시 쓰는 '재활용'을 넘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 때 자연스레 생기는 쓰레기 자체를 줄여나가는 '다운사이클(Downcycle)'의 개념까지 담았다.

초등학교 다니는 두 딸과 놀러 왔다는 정은명(34·서울 성북구 안암동)씨는 "디자인 교육, 미술치료, 음악치료까지 해주는 곳이 집 근처에 생겨서 정말 좋다"며 "아이들이 만든 타일 작품을 모아놓은 1층 벽면이 무척 근사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창작센터가 다 거기서 거기지' 라고 생각했다면 일단 편견을 버릴 것. 시민 참여 미술이란 게 대부분 개념만 거창하고 내용은 볼품없다는 단정(斷定)도 여기선 통하지 않는다. 홍대 앞 젊은 예술가들이 벌여놓은 벼룩시장 좌판부터 직장 스트레스를 날려준다는 쿠킹클래스까지, 알록달록한 디자인 프로그램을 꽉꽉 채워놓았다. (02)943-9300, www.seoulartspac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