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5000m 구름속에 핀 '달의 꽃'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0.07.27 03:02

세바스티안 슈티제 사진전

벨기에 사진작가 세바스티안 슈티제(Schutyser)의 〈Flowers of the Moon(달의 꽃)〉전(展)이 서울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아프리카 고지대의 독특한 자연을 자신의 사진언어로 재해석한 흑백사진 18점을 선보인다. 슈티제는 아프리카에만 남아있는 건축물이나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자연 등 남들이 관심 있게 보지 않는 것들을 렌즈에 담아 특유의 존재감을 포착해 왔다.

세바스티안 슈티제의〈Mount Baker〉.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제공
이번 전시에서 슈티제는 아프리카 르웬조리 산맥에 사는 고산식물에 초점을 맞춘다. 콩고우간다의 경계지역인 해발 5000m 고지대에 자리해 식물학자들 사이에서 풍부한 식물 서식지로 잘 알려진 이 산맥의 다른 이름은 '달의 산맥'이다. 아프리카 적도 위의 만년설과 험난한 산의 지형이 구름과 안개에 가려 신비로움을 더하는 이곳 식물들에 '달의 꽃'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그 때문이다. 끝이 뾰족한 한 무더기의 꽃이 거대한 버섯 형태로 뭉쳐 있는 세네시오스, 솔방울을 뒤집어놓은 듯한 몸통 위에 기다란 기둥이 박혀 있는 로벨리아…. 독특한 형태의 식물들은 적도의 뜨거운 태양과 눈의 한기가 밤낮으로 바뀌는 기후로 인해 다른 고산식물보다 비정상적으로 크게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슈티제는 이곳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적외선 흑백 필름을 사용했다. 흑과 백을 제외한 다른 색채를 철저히 배제한 작품들에서 그는 순백의 잎사귀와 눈 덮인 산맥을 병치해 원초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작품 〈Mount Baker〉), 굽이치는 강과 그 위로 내려앉은 안개를 부드럽게 포착함으로써 서늘하면서도 몽환적인 깊이를 자아낸다(작품 〈Bujuku River #1〉). 동시에 그는 눈부시게 깨끗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역설적으로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산림 파괴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꼬집는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새겨보게 하는 것이다.

벨기에 브루게에서 태어난 슈티제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뛰어들었다. 사진학을 공부하는 동안 아프리카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 그는 말리를 횡단하며 만난 아프리카 사람들의 초상을 촬영했다. 역시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며 100개가 넘는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촬영한 '어도비 모스크 프로젝트'(1998~2002)는 2000년 유네스코상을 받았다. 전시는 31일까지. (02)720-5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