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7.22 03:05
[클래식 ABC] 홍혜경의 '토스카'
마치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 같았다고 할까요. 지난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에서 소프라노 홍혜경과 테너 김우경은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가운데 주요 장면을 1~2부에서 선사했습니다. '라 보엠'에서는 김우경과 홍혜경이 아리아 '그대의 찬 손'과 '내 이름은 미미'를 연달아 부른 뒤, 이중창에서는 손을 잡고 퇴장하면서 로돌포와 미미가 사랑에 빠져드는 1막 후반부를 재현했지요. 2부에서도 김우경은 무대 위로 뛰어들어와 홍혜경의 뺨을 어루만지며 얼굴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라 트라비아타' 3막의 2중창 '파리를 떠나서'를 열창했습니다. 집안의 방해와 오해 속에 헤어졌던 남녀 주인공이 다시 사랑을 확인하고 부둥켜안는 장면입니다. 뒤이은 '축배의 노래'에서도 둘은 춤추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오페라 가수임을 입증했지요.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와 이중창을 선사한 이날 무대에서는 특히 눈에 띄는 곡이 하나 있었습니다. 홍혜경이 부른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가운데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였지요. 토스카는 서정적이고 우아한 리릭(lyric) 소프라노인 홍혜경이 오페라 무대에서 즐겨 맡는 배역은 아닙니다. 1막에서 애인 카바라도시가 숨겨놓은 여인이라도 있는지 끊임없이 질투하고, 2막에서는 정치적 격랑 속에서 살인을 택하며, 3막에는 성벽에서 몸을 날려야 하기에 선 굵고 강한 드라마틱(dramatic) 소프라노에게 어울리는 역이지요.
실제 토스카의 극 중 직업 역시 유명한 가수입니다. 이탈리아 독립을 꿈꾸는 애인 카바라도시가 오스트리아에 협력했던 로마의 경찰총수 스카르피아에게 잡혀가 고문을 당하자, 2막에서 토스카는 하늘을 향해 간절하게 애원합니다. 그 기도가 바로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입니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았으며, 불쌍한 이를 도왔고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었네. 언제나 정성을 다해 기도하고, 제단에는 아름다운 꽃을 바쳤네. 하지만 어째서 저를 이처럼 고통에 내버려 두시나요."
가수와 배역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성립하는 건 아니지만, 남편과 사별 뒤 3년간의 공백을 딛고 돌아온 홍혜경의 사연과 노랫말이 겹쳐오면서 잔잔한 감동을 안기는 것 또한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홍혜경의 노래가 끝나자, 반주를 하던 피아니스트 블라드 이프틴카도 양손을 가슴에 얹고 조용히 경의를 표했습니다.
마리아 칼라스부터 홍혜경까지 당대의 소프라노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건, 고난 속에서도 '노래'와 '사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힘겨울 때 당신을 붙잡아주는 두 단어는 무엇인지요.
▶홍혜경·김우경이 함께하는 오페라의 밤, 23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053)666-3300
실제 토스카의 극 중 직업 역시 유명한 가수입니다. 이탈리아 독립을 꿈꾸는 애인 카바라도시가 오스트리아에 협력했던 로마의 경찰총수 스카르피아에게 잡혀가 고문을 당하자, 2막에서 토스카는 하늘을 향해 간절하게 애원합니다. 그 기도가 바로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입니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았으며, 불쌍한 이를 도왔고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었네. 언제나 정성을 다해 기도하고, 제단에는 아름다운 꽃을 바쳤네. 하지만 어째서 저를 이처럼 고통에 내버려 두시나요."
가수와 배역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성립하는 건 아니지만, 남편과 사별 뒤 3년간의 공백을 딛고 돌아온 홍혜경의 사연과 노랫말이 겹쳐오면서 잔잔한 감동을 안기는 것 또한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홍혜경의 노래가 끝나자, 반주를 하던 피아니스트 블라드 이프틴카도 양손을 가슴에 얹고 조용히 경의를 표했습니다.
마리아 칼라스부터 홍혜경까지 당대의 소프라노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건, 고난 속에서도 '노래'와 '사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힘겨울 때 당신을 붙잡아주는 두 단어는 무엇인지요.
▶홍혜경·김우경이 함께하는 오페라의 밤, 23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053)666-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