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만 7곡 "한국 남자들에 취한 밤"

  • 하마마쓰(일본 시즈오카현)=신용관 기자

입력 : 2010.07.22 03:05

남성 합창단 '마에스트리' 日하마마쓰 공연

노래에 정말 날개가 있었다. 52명의 남성이 만들어낸 노래의 날개는 섭씨 34도의 해양성 무더위 속에 공연장을 찾은 1030명 관객의 지친 영혼을 위로했다.

지난 20일 저녁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浜松)시. 검은 연미복과 옥빛 한복을 번갈아 입으며 무대를 꽉 채운 한국의 남성 솔리스트 합창단 '마에스트리' 단원들은 첨단시설의 아쿠토시티(Act City) 제2콘서트홀을 열광 속으로 몰아갔다. 인구 82만의 하마마쓰는 세계적인 악기 회사 야마하의 본사가 위치한 음악도시다.

20일 저녁 일본 하마마쓰에서 열린 한국 남성 합창단‘마에스트리’의 공연 모습. 옥색 한복을 입은 52명의 성악가들이 무대를 꽉 채웠다. /드림빌 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창단 5주년을 맞은 마에스트리는 36~50세의 전문성악가로 구성된 남성합창단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유학하고 음대 교수와 강사로 활동 중인 단원들은 1년에 한 차례 한 달 동안 연습과 공연을 한다.

이날 공연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로 문을 열었다. 테너가 부르는 두 개의 아리아 '오묘한 조화' '별은 빛나건만'은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화가 연인 카바라도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경찰총수 스카르피아의 협박에 응해야 하는 비운의 프리마돈나 토스카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남성 4부 합창으로 바꿔 원곡의 애절함과 섬세함을 담백하면서도 강렬한 음색으로 새롭게 표현했다. 객석의 뜨거운 호응 속에 공연은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바그너의 '선원들의 노래' '순례자의 합창', 비제의 '투우사의 노래', 푸치니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으로 이어졌다.

52명의 목소리는 "하나이면서 동시에 52명 각각의 목소리"로 들렸다. '마에스트리' 대표이자 지휘를 맡은 바리톤 양재무(50)씨는 "군대 사열 같은 '기계적 일치' 대신 단원들의 개성을 살리는 '조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공연장을 찾은 은행원 미야모토 에리(宮本笑里·25)씨는 "한국 남자들의 목소리에 반했다. 오늘 밤을 잊지 못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평론가 고노 노리코(河野典子·51)씨는 "엄청난 음량의 저력 있는 합창단이다. 객석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레퍼토리와 감성을 확인했다"고 평했다.

이날 '마에스트리'는 자리를 뜰 줄 모르는 관객들을 위해 준비해온 앙코르 곡을 7곡이나 선사했다. 그 중 박력 넘치는 오케스트라 연주로 유명한 베르디의 '레퀴엠' 가운데 '진노의 날'은 피아노 반주만으로 원곡의 충격을 그대로 살려서 이 합창단에 왜 '보이스 오케스트라'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