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7.20 03:06
국립발레단 '롤랑 프티의 밤' & UBC의 '디스 이즈 모던'
3, 6, 9, 12…. 무용수들은 3의 배수로 불어났다. 다리 동작이 많은 발레가 수학적이고 엄숙한 바흐의 음악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위에서 보면 현대적인 시각디자인 같았다. 시간차를 두고 물처럼 번지는 춤의 흐름이 좋았다. 팔을 잡고 바닥을 끄는 등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도 있었다.
18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끝난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디스 이즈 모던(This is Modern)'은 이 작품 '올 쉘 비'로 열렸다. 모든 무용수가 솔리스트 역할을 하는 네오클래식으로, 세련되고 아름다운 선이 돋보였다. 객석을 등지거나 남자의 등 위에 여자가 올라타는 등 고전발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몸짓이 이어졌다. 문훈숙 UBC 단장의 해설처럼 '골반과 상체가 분리되는 동작' '몸의 수직적 중심을 버린 춤'이 다양한 표정으로 출렁거렸다.
18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끝난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디스 이즈 모던(This is Modern)'은 이 작품 '올 쉘 비'로 열렸다. 모든 무용수가 솔리스트 역할을 하는 네오클래식으로, 세련되고 아름다운 선이 돋보였다. 객석을 등지거나 남자의 등 위에 여자가 올라타는 등 고전발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몸짓이 이어졌다. 문훈숙 UBC 단장의 해설처럼 '골반과 상체가 분리되는 동작' '몸의 수직적 중심을 버린 춤'이 다양한 표정으로 출렁거렸다.

이어진 '인 더 미들'은 모던발레로 몸의 극한을 시험했다. 오디션장 같은 공간에서 쿵쾅거리며 튀는 금속성 음악이 터져 나왔다. 미국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는 건조한 조명 아래서 통일감보다는 불규칙성을 강조했다. 무용수들은 고난도 테크닉으로 무대를 채워나갔다. 장신 발레리나 이상은의 몸짓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마이너스 7'은 속도 조절이 뛰어났고 유머러스했다. 반원형으로 놓인 의자에 앉은 무용수들이 옷과 신발을 벗어 던지면서 시작되는 춤은 격렬했다. 발레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현대무용이었다. 음악 없이 이어지는 몸짓, 관객을 데리고 올라와 추는 즉흥 춤도 볼거리였다.
같은 날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내린 국립발레단의 '롤랑 프티의 밤'도 세 편을 묶은 형식이었다. '아를르의 여인'으로 열려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으로 이어지는 이 작품은 프랑스 안무가 롤랑 프티의 진면목을 보여준 무대였다. 모두 결핍으로 불을 때고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드라마였다. UBC의 '디스 이즈 모던'과 달리 라이브 연주가 있어 춤과 음악의 교감이 더 끈끈했다.
결혼식장이 배경인 '아를르의 여인'은 새끼줄을 꼬는 듯한 안무로 시작됐다. 그런데 신랑(윤전일)은 이 순간 짝사랑했던 아를르의 여인을 떠올린다. 신부(김주원) 또한 결핍을 경험한다. 그리움에 휩쓸린 몸짓, 남녀의 엇갈리는 움직임, 장례식장처럼 변해가는 정서 등이 전해졌다. 창문으로 몸을 던지는 마지막 몸짓까지, 윤전일의 감정과 테크닉이 돋보였다.
'젊은이와 죽음'은 짧지만 밀도가 높았다. 의자·탁자·커튼 같은 오브제, 바흐의 음악 '파사칼리아'는 윤혜진·이원철의 춤과 만나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시선을 모아주는 다락방 세트 안에서 두 무용수는 상대를 밀치고 다시 잡아당기면서 관객을 집중시켰다.'카르멘'에서도 죽음은 고혹적이었다. 화려한 군무(群舞)로 열린 이 작품은 그림자까지 이용하면서 비극적 추락을 예고했다. 사랑과 배신, 선과 악 속에서 소용돌이친 카르멘(김지영)과 돈 호세(김현웅)의 2인무는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마이너스 7'은 속도 조절이 뛰어났고 유머러스했다. 반원형으로 놓인 의자에 앉은 무용수들이 옷과 신발을 벗어 던지면서 시작되는 춤은 격렬했다. 발레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현대무용이었다. 음악 없이 이어지는 몸짓, 관객을 데리고 올라와 추는 즉흥 춤도 볼거리였다.
같은 날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내린 국립발레단의 '롤랑 프티의 밤'도 세 편을 묶은 형식이었다. '아를르의 여인'으로 열려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으로 이어지는 이 작품은 프랑스 안무가 롤랑 프티의 진면목을 보여준 무대였다. 모두 결핍으로 불을 때고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드라마였다. UBC의 '디스 이즈 모던'과 달리 라이브 연주가 있어 춤과 음악의 교감이 더 끈끈했다.
결혼식장이 배경인 '아를르의 여인'은 새끼줄을 꼬는 듯한 안무로 시작됐다. 그런데 신랑(윤전일)은 이 순간 짝사랑했던 아를르의 여인을 떠올린다. 신부(김주원) 또한 결핍을 경험한다. 그리움에 휩쓸린 몸짓, 남녀의 엇갈리는 움직임, 장례식장처럼 변해가는 정서 등이 전해졌다. 창문으로 몸을 던지는 마지막 몸짓까지, 윤전일의 감정과 테크닉이 돋보였다.
'젊은이와 죽음'은 짧지만 밀도가 높았다. 의자·탁자·커튼 같은 오브제, 바흐의 음악 '파사칼리아'는 윤혜진·이원철의 춤과 만나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시선을 모아주는 다락방 세트 안에서 두 무용수는 상대를 밀치고 다시 잡아당기면서 관객을 집중시켰다.'카르멘'에서도 죽음은 고혹적이었다. 화려한 군무(群舞)로 열린 이 작품은 그림자까지 이용하면서 비극적 추락을 예고했다. 사랑과 배신, 선과 악 속에서 소용돌이친 카르멘(김지영)과 돈 호세(김현웅)의 2인무는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