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즐기는 공연… 스트레스 풀려요"
입력 : 2010.07.19 03:06
서울 곳곳서 런치 콘서트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 공연, 퓨전국악·팝·마술 등 인기… 빵·커피 식사도 할 수 있어
지난 14일 낮 12시 30분 구로구 구로동 구로아트밸리 1층 로비. 신나는 퓨전국악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이 손뼉을 치며 "얼쑤!"라고 소리쳤다. 건반과 해금, 플루트와 가야금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가락에 어깨를 흔들기도 하고, 고개를 좌우로 까딱까딱 움직이며 박자를 맞추기도 했다.
한 손엔 테이크아웃 커피를 하나씩 들고, 목에는 회사 출입증을 맨 10명의 직장인도 로비 한쪽에서 펼쳐진 공연에 귀를 기울였다. 회사원 오재록(49)씨는 "점심때 부담 없이 즐기는 공연으로 기분 전환도 되고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전후해서 열리는 미니 콘서트가 인기다. 평소 집안일 때문에 문화생활은 엄두도 못 내는 주부들과 일상에 쫓기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점심 콘서트'는 대부분 무료이거나 비교적 싼값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빵과 커피를 제공해 공연 도중 요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곳도 있다.
◆공연 보며 스트레스 풀어
이날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린 공연 이름은 '소화제 콘서트'. 공연은 한독약품 후원으로 12월 말까지 매주 화·수요일 낮 12시 30분부터 30분 동안 펼쳐진다. 퓨전국악, 클래식, 어쿠스틱 밴드의 연주와 마술·벨리댄스 등을 통해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 등으로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답답한 속을 문화로 뚫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돼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구 도산공원, 삼성역, 역삼문화센터 분수광장, 코엑스 등에서도 요일별로 다양한 점심 공연이 펼쳐진다. 도산공원 기념관 앞에서는 매주 월요일 낮 12시 30분 60~70대 베테랑 악사들로 구성된 강남실버악단과 감미로운 색소폰을 연주하는 양재뮤즈클럽의 공연이 번갈아 열린다. 이 공연은 매주 화요일 같은 시각 지하철 2호선 삼성역 5~6번 출구로 나가는 통로에서도 펼쳐진다.
도봉구청 지하 1층 아트리움에서도 화요일 정오 음악회가 열리는데'플라르 앙상블' '한울림 오카리나 앙상블' '미리내 하모니카 앙상블' 등 다양한 악기 연주를 선보인다.
노원구 문화예술회관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클래식 화요콘서트가 열리고, 도봉구 서울열린극장 창동에서는 홀수달 마지막 주 화요일 오전 11시 '금난새와 함께하는 브런치 콘서트'가 열린다.
◆빵과 커피로 '브런치'를 즐기며 공연 감상
공연 도중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브런치 콘서트'도 있다. '브런치'란 아침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브렉퍼스트(breakfast)와 점심을 일컫는 런치(lunch)의 합성어로, 아침 겸 점심식사를 말한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영등포구 제물포길 영등포아트홀 로비는 카스테라 빵과 커피, 5~6종류의 과자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장순애(42·영등포구 도림동)씨는 "간단하게 점심 요기를 하며 여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빵과 커피는 공연 전후나 공연 도중 쉬는 시간에 먹으면 된다. 오는 10월까지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 열린다.
예술의전당에서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 '11시 콘서트'가 열린다. 2004년 9월 첫 시작 이후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별도로 판매하는 빵과 커피를 공연 전이나 쉬는 시간에 즐길 수 있다. 국내 정상급 지휘자와 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 부천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이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7월 20일, 9월 16일, 10월 12일 '아침 11시 콘서트'를 마련한다. 마포구 마포아트센터는 오는 9월부터 매월 첫째 주 화요일 오전 11시 여는 '모닝카페'에 발레·클래식·가요·해금 연주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