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의 내가 오늘의 네가 된다

  • 성남문화재단
  • 글=최윤우(월간 '한국연극' 편집장)

입력 : 2010.07.15 16:08

연극 '나는 너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려가는 목적극(역사극)이나 위인극의 맹점은 계몽적이라는 데 있다. 존재하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사건을 나열하거나, 영웅적인 활동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면, 남는 것은 활자화된 사건을 재인식하는 것으로 머물러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목적극의 한계를 벗어나 보편적 예술성을 획득할 수 있는 극적 구성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안중근의 삶을 다뤄왔던 것과는 달리 그의 가족으로 이야기를 확장시킨 연극 '나는 너다'는 안중근의 삶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대한국 의병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국적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던 영웅 안중근의 삶은 물론 영웅의 아들로서 힘겹게 살아야 했던 아들 안준생, 그리고 그의 가족을 통해서다.

이 작품은 안중근의 생애와 거사를 일대기적으로 그리는 평면적인 서술에서 벗어나 1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든다. 당시의 치열했던 삶과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극적 구조는 안중근의 거사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았던 그의 가족들로 더 생생해진다. 의인의 가족이 짊어져야 했던 삶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은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되묻는다.

연극 '나는 너다'는 작품의 배경을 위해 국립극장 KB하늘극장을 선택했다. 벌판이 중심이 되는 무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은 물론, 그간 연극에서 보지 못했던 영상 등 표현주의적으로 펼쳐질 무대는 각 인물이 그리는 내적 진중함을 더 객관화시키는 오브제로 형상화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안중근과 안중생이다. 서로 다르지만, 분명하게 이어져 있는 두 인물을 배우 송일국이 맡았다. 장군의 손자라는 특별한 이력을 지닌 송일국이 독립운동가의 아들로서 살아야 했던 안중생의 삶을 어떻게 담아내는지도 주목해볼 만한 부분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은 분명한 형태의 존재감을 지닌다. 재료가 지닌 아름다움(본질)은 변형된 사물(현상)이 따라올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안중근의 삶은 분명 100년 전의 역사다. 자칫 흘러가버릴 수도 있는 어떤 사건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치열했던 당시의 사명이나 절절함이 지금의 삶을 만들고 있다는 인과관계를 따져볼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극 '나는 너다'는 그 인과관계를 제시한다. 100년 전의 그 사건이 후대의 100년,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바라보는데, 그 표현이 멋스러운 것은 단 한마디 때문이다. ‘나는 너다’. 100년 전의 내가, 오늘의 내가 된다. 더 이상 무슨 수식이 필요하겠는가. 연극 '나는 너다'가 세월의 겹을 뛰어넘어 현재로 되살아나는 이유다.

연극 '나는 너다'

일시 : 7월 27일~8월 29일
장소 : 국립극장 KB하늘극장
문의 : 02-3672-3001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