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7.15 16:05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규모는 작지만 내면의 에너지가 충만한 한편의 아담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새롭게 개막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뮤지컬에도 예외가 아니다 보니, 최근 뮤지컬의 흐름에서도 반드시 규모만 크다고 해서 관객의 마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수의 믿음직한 배우들로 베스트 멤버를 꾸리고 다루는 주제도 인간의 심연으로 내려간 알뜰한 소형 뮤지컬들이 더 호감이 간다.
곧 막이 올라갈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대본 브라이언 힐, 작곡 닐 바트램)도 그런 작품이다. 단 두 명의 남자 배우만 출연하고 무대 세트는 거의 비어 있다시피 하다. 토마스와 앨빈은 작은 고향 마을에서 일곱 살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 친구 사이다. 하지만 대학 입학을 앞두고 두 사람의 인생은 다른 길을 걷는다. 도시에서의 성공을 꿈꾸는 토마스와는 달리 앨빈은 아버지의 서점을 물려받아 고향 마을을 떠날 생각이 없다. 토마스는 입학 서류의 에세이를 쓰다가 벽에 부딪치는데 영감을 불어주는 앨빈의 도움으로 무사히 서류를 완성한다. 결국 토마스는 유명한 단편소설 작가가 되어 돈과 명예를 얻지만, 앨빈은 여전히 고향에서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이제 앨빈은 세상에 없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자살한 것이다. 생전에 먼저 죽는 이에게 송덕문을 써주기로 약속했기에 토마스는 고향을 찾아 앨빈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송덕문을 쓴다. 그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과 많은 소재는 사실 앨빈의 영감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이제 떠나간 친구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송덕문을 그가 떠난 빈 대지에 뿌리는 것뿐.
우리 인생에서 절친한 친구란 때로는 애증의 관계이기도 하다. 나를 누구보다도 많이 알고 있기에 누구보다도 의지하며 기대도 크고 때로는 실망도 크다. 토마스에게 앨빈이 그런 존재다. 하지만 이 극 안에서는 그를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다. 앨빈은 극이 시작할 때 이미 망자(亡者)의 몸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미 죽음으로 갈린 다리 양쪽 끝에 서서 기억의 파편을 끄집어낸다. 따라서 이 드라마는 기쁜 순간에도 처연함이 앞선다. 이 작품은 1988년 영화 '해변의 두 여인 Beaches'과 매우 흡사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절친한 두 친구가 각자 다른 길을 걷는 과정과 한 친구의 죽음으로 남은 친구가 느끼는 신파적인 감정까지도 닮았다. 이 작품은 2009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불과 5일만 공연되었기에 단명한 뮤지컬로 기록되었지만, 인공의 냄새가 풍기는 상업성을 추구하기보다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잃고 있는 정서적 공감대를 얻어낸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한국 공연은 신춘수 연출의 지휘로 현재 뮤지컬계에서 주가가 높은 남자 배우인 류정한・이석준・신성록・이창용이 교대로 출연한다. 또 소박한 무대에서 섬세한 악기 편성으로 들려줄 서정적인 음악, 난이도 높은 가사와 한국적인 윤색이 더해져 올 하반기를 열어줄 신선한 소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의 탄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일시 : 7월 13일~9월 19일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문의 : 1588-5212
- C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