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7.15 15:48
남경주(46)와 최정원(41), 수많은 삶을 무대 위에서 함께 살았다.
잘나가는 변호사와 섹시한 살인자('시카고'), 사랑하는 연인('사랑은 비를 타고', '렌트', '틱틱붐', '듀엣', '아이 러브 유'), 쇼걸과 도박사('갬블러'), 20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맘마미아') 등 햇수로 23년째. 살아온 날의 절반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이다. 이번엔 이혼한 부부 역할이다. 9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에서다. 남경주는 제작자이자 배우인 프레드 그레함 역을, 최정원은 이혼한 스타 배우 릴리 바네시 역이다.
두 사람은 1988년 롯데월드 예술단에 함께 입단, 89년 '아가씨와 건달들'로 첫 호흡을 맞췄다. 한국 뮤지컬계의 대표 스타 남경주 최정원을 10대1 인터뷰의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맘마미아'랑 '키스 미, 케이트' 연습을 동시에 소화하면서 힘들었을텐데. 건강 유지 비결은. 날도 더워지는데 몸보신 하는 거라도 있어?(배우 전수경)
▶(최)난 정말 관리를 많이 한다. 목에 안 좋은 커피나 청량 음료, 담배, 술은 거의 안한다. 저혈압 때문에 복분자를 약간 마시긴 하는데 '키스 미, 케이트' 하면서 금주령을 내렸다. 내 보양식은 물이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온도를 36도에 맞춘 물 1리터 생수를 통째로 마신다.
-10년 전 '키스 미, 케이트'에서 나와 맞추던 호흡을 이번에는 정원이랑 하게 됐는데. 느낌이 어떻게 다를까.(배우 전수경)
▶(남)같은 릴리 바네시 역이지만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르다. 전수경에게선 부드럽지만 내면에 굉장히 응축된 강한 면을 느꼈다. 반면 정원씨는 약간 와일드하고 성난 고양이 같은, 열정적인 느낌의 바네시인 것 같다.
-선배님의 탄탄한 몸매 유지 비결이 궁금해요.(뮤지컬 데뷔 준비 중인 가수 아이비)
▶(최)관리도 좀 받고, 마사지도 받고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내 나이 또래에 비해서 약간....
▶(남)푸하하. ▶(최)뭐야. 비웃은 거야. ▶(남)아니. 옥주현 질문 보다가 웃음이 나와서.
▶(최)아무튼. 스쿼시 하고 수영도 많이 했다. 특히 공연 중간에 무대 뒤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있으면 짬짬이 힙업 운동을 하는데, 그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금 제가 목 감기에 심하게 걸렸는데 공연 중에 감기에 걸리거나 목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을 때의 응급처방이 있다면 알려주세요.(아이비)
▶(남)내가 무슨 의사냐, 병원 가서 처방 받아야지.(일동 폭소) 감기는 오는 걸 안 걸릴 순 없어. 찾아온 걸 어떡해. 근데 여러번 찾아오는 사람이 있고 적게 오는 사람도 있다. 예방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해. 평소 생활을 간략하고 단순하게 정리하고 일에만 집중해야 돼. 할 수 없이 걸렸을 때는 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나도 최근 '맘마미아' 부산 공연 다녀와서 감기에 걸렸어. '키스 미, 케이트' 연습하면서 죽는 줄 알았지. 감기 낫는 빠른 방법은 푹 쉬는 거고. 더 빠른 방법은 빨리 병원에 가는 거.
▶(최)그날 우리 키스신 있었는데 오빠가 감기 옮는다고 아예 피했잖아.
-키스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1995년 뮤지컬 '그리스' 공연 때 두 분이 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시늉이 아닌 진짜 키스를 했다고 들었다.
▶(최)그전까진 무대 위 키스신이 '했다치고'가 많았다. 진짜로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른 무렵이었다.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자기 라이브 도중에 오빠가 키스를 시도해서 너무 놀라 세게 뿌리쳐 넘어지게 한 기억이 있다. (남경주를 쳐다보며)뭘 그렇게 곰곰히 생각해?
▶(남)그때가 처음이었나 생각하고 있었어. ▶(최)오빠는 있었겠지.(웃음)
-두 분을 부부로 아는 사람도 있을 만큼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는데. 아마 두 분이 결혼했다면 '슈퍼 뮤지컬 유전자'를 타고난 2세가 태어나지 않았을까요. '내가 최정원이랑 결혼했다면', 혹은 '내가 남경주랑 결혼했다면' 상상을 해본 적이 없는지 궁금해요.(배우 김호영)
▶(남)그냥 지금처럼 서로에게 없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끼리 결혼하는 게 더 아름다운 일인 것 같아. 물론 어릴 때 그런 상상을 왜 안해봤겠나. 두 사람이 결혼했다면 이슈도 되고 재미있었을지 모르지만. 서로 너무 잘 알아서 그게 사는 게 썩 좋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최)배우는 외조와 내조가 많이 필요한 직업이다. 아마 결혼했다면 둘 다 무척 외로웠을 거다. 지금처럼 나나 오빠 모두 집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게 배우로서 훨씬 안정감이 있고 좋다.
-뛰어난 예술가들은 여러모로 재능이 많아서 다른 분야에도 그 재능을 발산하잖아요. 두 분도 직업적인 것과 상관없이 자기만의 꿈과 특기를 발전시키고 싶은 게 있을텐데 어떤 건지 궁금해요.(배우 겸 가수 옥주현)
▶(남)어릴 때 전공했던 미술을 다시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정원 가꾸고 자연과 함께 하는 걸 좋아해. 조그마한 우리집 앞마당에 꽃을 심고 가꾸다 보면 마음을 정리하는데 도움도 되고. 연기에 대한 책을 쓰다가 멈춘 게 있는데 올해 목표가 다시 지금의 시각과 경험으로 원고를 정리해 보는 거야. 물론 몇 년에 걸쳐 해야 할 일이지만.
▶(최)난 다른 분야의 재주는 전혀 없는 것 같아. 혹시 무대를 떠나게 된다면 김혜자 선생님처럼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을 돕고 싶어. 구호활동도 하고 우리나라 고아들을 위해 뮤지컬을 가르치는 일을 해볼까 생각중이야.
-남경주 하면 최정원이 떠오르고 최정원 하면 남경주가 떠오른다. 뮤지컬계 최고의 콤비인데 그게 때로는 단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을 것 같다.(배우 이건명)
▶(남)오래 같이 하다 보니까 식상해 하는 사람도 있다. 공연 편수가 적고 배우도 많지 않을 땐 그랬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젠 공연도 많고 배우도 많다. 오히려 우리에게 희소성이 생기는 것 같다. 콤비라는 말이 잠깐 동안 함께 한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니까.
▶(최)콤비도 큰 행운이다.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수식어는 아니니까. 워낙 많은 작품을 함께 하다 보니 후배들이랑 연기할 때의 호흡과는 느낌의 차원이 다르다. 단점은 못 찾겠다.
-최정원 선배는 공연하다 생기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시나요.(배우 김보경)
▶(최)육체적 스트레스는 육체적인 걸로 풀면 된다. 마사지, 사우나, 운동 같은 것들. 근데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풀기가 힘들다. 요즘엔 아침에 눈 뜰 수 있는 걸로 감사하려 한다. '내가 죽지 않고 또 깼네. 오늘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경주형이랑 2002년 '포비든 플래닛'을 같이 공연한 적이 있는데, 저는 그때 완전히 햇병아리였죠. 그런데도 선배님 하는 걸 보면 그 어떤 배우보다 열심히 연습했어요. 대체 그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지, 항상 톱에 있으면서도 교만하지 않는 비결이 궁금해요.(배우 겸 가수 송용진)
▶(남)배우는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한다. 동랑 레퍼토리 극단의 마지막 기수로 연극 '보이체크'(1982)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열심히 하는 선배님들 보면서 배우란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걸로 배웠다. 사실 또 성실함 하면 우리 형님(배우 남경읍)도 계시니까, 습관이 됐다. 처음엔 내가 잘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헛된 욕심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내 스스로 톱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아직도 함께 공연하자는 곳이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이 들면서 망가지고 살찌는 배우들 많은데. 정원 누나는 늘 한결 같아요. 미모 유지의 비결이 뭔가요.(송용진)
▶(최)비결이라면 용진이처럼 멋진 후배들에게 선배가 아닌 여자로 보이고 싶어서라고 해야 하나.(웃음)
-두 분이 뮤지컬을 굉장히 오래 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그 이유는 뭔지 궁금합니다.(민영기)
▶(최)당연히 '사랑은 비를 타고(이하 사비타)'다. 정말 오래 했고 이 작품을 들고 뉴욕과 LA에도 갔으니까. 배우들끼리 의견 충돌도 많았는데 그만큼 공연에 좋은 효과가 있었다. 공연 들어가기 전에 엄청 싸웠던 남경읍ㆍ남경주 선배가 무대 위에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고 공연보다 더 끈적끈적한 감동을 받기도 했다.
▶(남)장마철이면 방배동 지하 연습실은 물이 샌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물에 잠기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예고 다닐 때부터 두 분 공연을 보면서 공부 했어요. '사비타'나 '렌트'를 특히 감동적으로 봤는데 두 분이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으신지 궁금해요.(배우 최재웅)
▶(남)난 예전에 한 게 다 마음에 안들어. 한번만 더 하면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이 나이에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토니를 다시 할 수도 없고.
▶(최)오빠랑 뭔가 텔레파시가 통하나봐. 이번에 '키스 미, 케이트'에서 아이비가 하는 비앙카 역할이 10년 전에 내가 했던 역할이기도 한데. 아무튼 나도 지금까지 한 것들 다시 하면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딱 한번만.
-최정원 선배는 공연을 많이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없으신지. 어떻게 경계하시나요.(뮤지컬 배우 김하늘)
▶'맘마미아'든 '시카고'든 '키스 미, 케이트'이든 난 아직도 무대에 나가기 전에 심장이 두근거려. 공연하다 보면 관객들이 어느 순간 내 호흡을 따라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 만약 그 떨림이 없어질 때가 온다면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닐까. 관객과 무대가 두렵지 않다면 무대를 떠나야겠지.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