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콘서트] "덩치 큰 튜바 소리, 뒤뚱뒤뚱 코끼리 같아요"

  • 춘천=허윤희 기자

입력 : 2010.07.09 03:13

도서관이 콘서트홀로…
춘천 강서중학교 찾아간 '코리아 브라스 퀸텟'

8일 오후 2시 강원도 춘천시 서면 금산리 강서중학교 도서관은 작은 음악회장으로 변했다. 금관악기 5대가 내뿜는 힘 있고 웅장한 소리가 학교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트럼펫 안희찬·임시원, 호른 정종진, 트롬본 김승현, 튜바 김남호씨 등 국내 정상급 금관악기 연주자 5명으로 구성된 '코리아 브라스 퀸텟'이 학생들에게 음악을 선물하기 위해 서울에서 찾아온 것이다. 조선일보가 우리 일상에 클래식을 심기 위해 일선 학교를 찾아가 해설과 연주를 곁들여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우리 동네 콘서트'의 현장이었다.

연주자들은 '암파리토 로카(Amparito Roca)'라는 경쾌한 행진곡으로 음악회의 문을 열었다. 뿡뿡 울려대는 금관악기의 향연이 펼쳐지자 옹기종기 모여 앉은 39명의 아이들은 어깨를 들썩거렸다.

이어서 리더 안희찬씨가 유머 넘치는 말솜씨로 금관악기를 소개했다. 안씨가 호른을 가리키며 "가늘고 긴 관이 상당히 많이 꼬여 있죠? 그래서 호른 연주자들은 대체로 속이 좁아요"라고 하자 학생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저기 덩치 큰 악기는 튜바예요. 정말 크죠? 아주 낮은 음을 내는 악기입니다." 악기들이 하나하나 소개되는 동안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뜨고 설명을 들었다.


 

진기주 인턴기자(중앙대 컴퓨터공학 4년)

이날 음악회는 금관 앙상블을 통해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채롭고 색다른 음악 세계를 전하는 자리였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코끼리'가 연주되자 1학년 성우가 "튜바 소리가 뒤뚱뒤뚱 걷고 있는 코끼리를 묘사한 것 같다"고 감탄했다.

이날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었던 곡은 로시니의 '두 마리 고양이의 노래'였다. 안희찬씨가 빨간 뿔 머리띠를 하고 익살스러운 고양이 흉내를 내며 연주하자 아이들은 마주 보고 낄낄 웃으며 즐거워했다. 발을 쿵쿵거리며 박자를 맞추던 학생들은 앙코르곡 '소양강 처녀'가 끝나자 전원 일어나 박수를 치며 "한 곡만 더 해주세요!"라고 소리쳤다.

강서중학교는 '전교생 1인 1악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달에 12시간씩 무료 악기 강습을 하고 있다. 작곡가가 되고 싶다는 2학년 현경이는 "많이 들어본 곡들인데 바로 눈앞에서 연주해주니까 색다르고 감동적"이라고 했다.


협찬: 현대자동차그룹·삼성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