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 칼럼] 오페라 초보 지휘자로 데뷔하면서

  • 장한나 첼리스트

입력 : 2010.06.18 22:11

장한나 첼리스트
"오페라는 정말 복합적이고 재미있는 예술이구나!" 하고 결국 감탄하게 됐다. 오페라에서는 지휘자·무대연출가·성악가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해석가들이 모두 하나가 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해석이 탄생한다.

다음 달 나는 미국 캐슬튼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오페라를 지휘할 예정이다. 스페인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Manuel de Falla)가 쓴 '엘 레타블로 드 마에세 페드로'란 작품이다. 제목은 복잡하지만 실은 돈키호테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단막(單幕) 오페라다. 내 생애 첫 오페라 리허설은 과연 어떨지, 한편으로는 궁금하고 또 한편으론 긴장도 된다.

그동안 오페라를 즐겼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완성되는지 직접 체험할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올봄 스페인 발렌시아의 팔라우 오페라 하우스에서 지휘자 로린 마젤(Lorin Maazel) 선생님과 한 달간 3편의 오페라를 공부하면서 오페라가 완성되는 과정과 연주들을 경험했다.

그 결과 가구 한 점을 배치하고 의상 한 벌을 고르는 일과 무대 위 등장인물의 동작까지 모두 다 오페라의 해석에서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던 손동작조차도 악보 속에 그려진 주인공의 성격에는 어긋날 수 있고, 관객에게 전혀 다른 성격의 주인공으로 전달될 수 있다. 이러한 무대 위 상황은 주로 연출가의 몫이지만, 음악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 때는 지휘자가 지적해야 한다. 지휘자의 역할은 오케스트라와 무대 위 성악가들을 조화롭게 이끄는 일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작곡가의 비전에 충실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한 편의 오페라를 무대 위에 올리기까지는 대강 4~6주가 걸린다. 합창단과 모든 성악가는 성악 코치와 함께 준비를 시작하면서, 발음·음정·리듬 등 기본적이며 세밀한 부분들을 함께 챙긴다. 성악가가 얼마나 예민하며 세심하게 보호해야 하는 '악기'인지 처음으로 경험했다. 매일 노래해서도 안 되고, 목소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아껴야 한다. 중요한 배역은 두 명이 번갈아 가면서 부른다. 한 번 공연을 하면 이틀 정도는 쉬어야 목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무대연출가는 자신의 구상에 따라 성악가들에게 무대 위 행동과 연기를 가르친다. 오케스트라도 부지휘자 아래서 연습을 시작한다. 처음 오페라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이거나 매우 복잡한 현대 오페라라면, 악기 파트마다 별도로 연습한 뒤 다 같이 여러 차례 연습한다.

공연 시작 2주 전에는 연주를 지휘할 마에스트로가 등장한다. 오케스트라와 리허설을 하고, 그 후 성악가들을 더해서 연습한다. 그 뒤에 무대로 옮겨가서 연습을 더 한다. 이 기간 내내 모든 관계자는 무대 위를 주시하면서 잘못된 것이 없는지, 어색한 것은 없는지 세밀하게 다듬는다. 지휘자는 음정·발음·리듬부터 소리의 균형까지 모든 음악적인 면을 듣고 지적하고 조율하며, 주인공의 성격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의상을 연출가와 상의하면서 다듬어간다.

이렇게 장기간 동안 여러 사람의 수고를 통해 완성된 오페라는 드디어 무대 위에 올려진다. 연주가 거듭되면서 음악적으로나 극적으로나 모든 요소가 제자리를 잡는다. 오페라의 막이 오르면 관객들은 새로운 세계 속으로 빠지고,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면 감동 역시 파도처럼 밀려온다. 다음 달, 이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지휘할 기대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