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댄서들 열정의 춤사위-뮤지컬 ‘코러스라인’

입력 : 2010.07.02 15:50





17명 댄서 오디션 과정 보여주는 형식…재즈‧발레‧탭 등 여러 장르의 춤 볼만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1975년 미국 브로드웨이. 주연·조연은커녕 무대 뒤에서 춤추는 코러스 자리라도 따내려는 가난한 댄서들의 오디션 현장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개막했다. 당시의 경기불황을 반영한 듯 배우들은 허름한 연습복 차림으로 변변한 무대장치도 없는 무대에 올랐다. 오로지 배우들의 몸으로만 승부를 걸었던 작품은 그해 토니상 최우수뮤지컬·극본·작사·작곡·연출 등 9개 부문의 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한다. 브로드웨이에선 1990년까지 15년 동안 6137회를 공연했다. 명성만으로 팬들을 자극하는 뮤지컬 ‘코러스라인’이 한국에 상륙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내에 소개됐지만 정식 라이선스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뮤지컬 ‘코러스라인’의 막이 올랐다. 제목 그대로 코러스라인에 나란히 선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35년만에 정식 라이선스를 획득해 한국에 상륙했다. 그간 간간이 무대에 오르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으로 정식 국내 무대에 대한 기대를 높여왔던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2006년 브로드웨이에서 새롭게 선보인 리바이벌 버전이다. 실제로 ‘코러스라인’에 출연했던 바욕 리가 연출을 맡은 것을 비롯해 현지의 제작진이 국내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17명의 댄서가 무대에 서기 위한 오디션 과정을 그렸다. 꿈을 찾아 춤을 추는 젊은 청춘들 이야기로 내용은 간단하다. 8명의 댄서를 뽑기 위한 최종 오디션에 참가한 후보 댄서들이 무대 위에서 각자 자신들의 삶을 연출가에게 들려준다. 코러스라인에 선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이 되는 옴니버스 구성을 갖췄다. 성격과 이력이 제각각인 댄서들은 나름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결국 자신들이 그들 삶의 주연이었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2시간여 동안 거의 모든 배우들이 등·퇴장을 하지 않고 무대를 지키는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작품에서 볼거리는 단연 춤이다. 재즈, 발레, 탭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춤이 독무와 군무로 다양하게 선보인다.


무대는 지극히 단순하다. 배우들의 모습을 반사하며 객석을 향해 비추며 거울이 무대장치의 전부다. 이 거울은 마지막 장면에서 금빛 찬란한 네온사인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그 효용을 다한다.


내보이는데 인색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드라마다. 딱히 내세울 만한 스토리가 없는 상태에서 극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댄서들의 개인사를 풀어내는 과정이 지루할 만큼 길게 이어진다. 주연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이 작품의 특징인 탓인지 관객들의 감정선이 덩달아 분산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오로지 춤과 노래 등 배우들의 장기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작품에서 감정이입할 대상을 찾기는 사실 쉽지가 않다.


뮤지컬배우 남경읍과 임철형이 잘나가는 브로드웨이 연출가 ‘잭’으로, 이현정과 한다연이 한때 최고의 명성을 얻었지만 다시 코러스 오디션 자리에 선 ‘캐시’ 역으로 더블 캐스팅 됐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에서 내달 22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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