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6.28 23:44
부문별 심사위원 심사평

[한국화]
전체적으로 참신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자기의 이야기를 탄탄한 기본기와 발랄한 소재로 꾸밈없이 형상화한 작품들에선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학교 간 벽이 많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이른바 '○○학교 풍(風)'이라고 하는 경계들이 사라지면서 젊은 세대만이 갖고 있는 감수성이 가볍고 재치있게 드러났다. 우수한 묘사력과 성실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좀 더 진지한 자신만의 감성을 찾아가는 여정은 다소 미흡해 보였다.
요즘 화단에서 유행하는 최신 트렌드를 염두에 둔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지만, 그 속에 여전히 내재된 한국적 감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전통이 갖고 있는 숨겨진 아름다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그에 바탕한 조형적 실험정신은 큰 힘을 갖는다.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작가들이 많아서 매우 반갑고, 특히 이런 젊은 작가들을 응원해 줄 수 있는 '아시아프' 같은 발표의 장이 있어 즐겁다. 시류에 영합하기보다 기성세대에 맘껏 도전할 수 있는 열정과 무엇이든 씹어 삼킬 수 있는 강한 이빨을 가진 작가로 성장하길 바란다.
[서양화·판화]
전반적으로 다양한 주제와 표현방식을 볼 수 있었고, 표현적 역량을 발휘하는 작업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내용과 기술이 균형을 이룬 완성도 있는 회화 작업이 점차 늘고 있고, 밀도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판화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기법을 담고 있었다. 다만 작업의 콘셉트나 아이디어 면에서 창의성과 실험성이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극사실주의 작품들은 기법적 세련도가 돋보였으나 상상력과 실험성이 부족했고, 동시대의 문화와 일상을 주제로 한 서사적인 작품들은 기법적 완성도가 다소 부족했다.
자신의 사적인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이 특징으로, 자신의 삶을 창작의 중심으로 삼은 점은 신선했다. 이 축제를 즐기는 한편, 참가하며 얻은 교훈을 통해 좋은 작가로 성장하길 바란다.

[입체(조소·오브제)]
학생다운 신선함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고,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나타났다. 창의적 성장을 보이는 젊은 사유의 과정 또한 살 만한 점이 있어 반가웠다.
추상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보다는 일상 주변의 이미지들에 작가 자신을 대비·변형·치환 행위를 수행하면서 의미를 무조건적으로 추구하기보다 의미의 지평을 확장·진화·무의미화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자신이 다루는 이미지를 이미지로 취급하지 않고 본질을 호도하는 외삽적 의미에 무게를 두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일방적으로 자기 논리를 펼치기보다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고, 작가 자신도 그에 감응해야 작품이 설득력을 갖는다.
[사진]
사진은 상대적으로 젊은 매체이지만 고유한 특성 때문에 변용의 폭이 넓지는 않다. 일부 작품들은 나름의 신선한 시도가 눈에 띄었고, 어떤 작품들은 진부해서 안타까웠다. 디지털에 대한 피상적 이해와 합성, 젊음을 내세운 막연한 방황, 기성 작품 따라 하기, 뻔한 연출은 설득력이 없다. 새로움은 사소한 차이와 솔직함에서 온다. 젊은 작가 지망생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서 즐거웠고, 몇몇 작품들은 앞날이 기대되고 궁금하기도 했다.
[미디어 아트]
예술가의 초기 작품이 팔린다는 것은 작가 지망생들에게뿐 아니라 이들의 장래성을 예견하려는 컬렉터들에게도 일종의 사회적 도약일지 모른다. '아시아프'는 판매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상호 간의 비약을 역동적인 의미와 가치로 채울 것이다.
이번에 출품된 미디어아트의 수준이 모두 높은 것은 아니지만 여기 엄선된 작품들은 관객의 격려를 받을 만한 역량을 두루 압축하고 있다. 뉴미디어를 통해 협소한 자기 세계를 깨뜨리려는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실험적 욕망들은 아마도 폭넓은 문화적 도약을 준비하려는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것으로 생각된다.
◆‘2010 아시아프’ 심사위원
(예심)
▲한국화=이인 작가, 김선형 경인교대 교수
▲서양화·판화=김광문 작가, 장문걸 서울여대 교수, 전영백 홍익대 교수, 윤동희 북노마드 대표
▲입체·조각=오귀원 서울대 교수, 최기석 경기대 교수
▲사진=강홍구 작가
▲미디어아트=김현도 미술평론가
(본심)
▲한국화=오숙환 이화여대 교수, 유근택 성신여대 교수
▲서양화·판화=이종구 중앙대 교수, 이강일 대불대 교수, 홍승혜 서울산업대 교수, 고충환 미술평론가
▲입체·조각=홍명섭 한성대 교수, 정광호 공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