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발레단 무대에도 서보고 싶어요"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0.06.28 00:17

주니어 채지영, 한국인 최초 USA발레콩쿠르 금상
세계 3大 대회 중 하나 파트너 김기민은 은상… 한서혜는 시니어 특별상

"골드 메달리스트로 내 이름이 불리는데 실감이 안 났어요. 집에 전화해 '엄마, 저 1등 했어요' 했지요. 오늘밤엔 더 잠이 안 올 것 같아요."

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발레리나 채지영(18)이 미국 미시시피주(州) 잭슨에서 열린 USA발레콩쿠르(일명 잭슨콩쿠르)에서 여자 주니어 부문 금상을 차지했다. 26일 국제전화에서 채지영은 "결선에서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많이 떨고 걱정했는데 춤을 추자 박수가 터져 나와 마음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USA발레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은 채지영이 발레‘파리의 불꽃’을 추고 있다. 작은 사진은' 다이애나와 악테온'. /AP 뉴시스
USA 발레콩쿠르는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러시아 모스크바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발레 콩쿠르로 꼽힌다.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인이 금상을 차지하기는 처음이다. 2006년 발레리나 박세은이 금상 없는 은상을 받은 게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9회째인 올해 대회에서는 채지영의 파트너인 발레리노 김기민(18·한예종)이 남자 주니어 부문 은상을, 그리고 유니버설발레단의 한서혜(22)가 여자 시니어 부문 특별상을 차지한 점도 눈길을 끈다.

채지영은 7세 때 발레에 입문했다. 몸이 약해 시작한 발레였지만 팔다리가 길고 감각도 좋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그를 지도해온 김선희 한예종 교수는 "신체 조건과 이해력, 열의가 좋아 무엇을 맡겨도 해내는 전천후 무용수"라며 "제자리에서 6바퀴를 돌 정도로 테크닉도 남자를 능가한다"고 했다. 2008년 로마콩쿠르 금상, 지난해 모스크바콩쿠르 특별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채지영은 "점프와 피루엣(한 다리로 팽이처럼 도는 동작)이 자신 있다"고 말한다.

채지영은 이번 콩쿠르에 '다이애나와 악테온' '파리의 불꽃' 등을 준비해갔다. 특히 결선에서 보여준 '다이애나와 악테온'은 클래식 발레 '애스메랄다'에 들어 있는 그랑파드되(남녀 솔로와 두 2인무의 조합)로, 고난도 테크닉을 소화할 자신이 없으면 선택하지 않는 작품이다. 채지영의 춤은 "이렇게 완성도 높은 '다이애나와 악테온'을 보기는 오랜만이다" "소름 끼칠 정도로 잘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이 발레리나의 콩쿠르 도전기는 끝나지 않았다.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로 통하는 7월 말 바르나콩쿠르가 다음 무대다. 채지영은 "목표는 늘 1등이지만 콩쿠르에 참가만으로도 보고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한예종 조기졸업을 신청한 그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영국 로열발레단 같은 해외 유명 발레단에서 나를 시험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