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미술토크] 앙리 마티스의 열정

  • 글·컨텐츠·사진 제공_서정욱

입력 : 2010.06.24 14:09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전반기를 대표하는 화가 앙리 마티스.

앙리 마티스가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던 니스에서 서북쪽 23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방스라는 작은 마을에는 로제르 예배당이 있습니다. 작은 예배당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히 쉴 수 있게 해주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런데 이 예배당의 다른 이름은 마티스예배당입니다. 왜냐면 이곳의 모든 장식은 말년 마티스의 손길을 거쳐 탄생된 것들이니까요. 마티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이 예배당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이 스스로 정화되고 무거운 짐을 덜었다는 생각을 갖길 바랍니다.”

20세기 현대 미술사를 뒤적여 보면 제일먼저 등장하는 화가는 마티스입니다. 야수파 즉 포비즘을 대표하는 화가로서 피카소가 형태의 재구성으로 혁명을 일으켰다면, 마티스는 색으로 감정을 표현해 세상을 사로잡았습니다. 피카소는 마티스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티스의 뱃속에는 태양이 들어있다.” 그가 표현한 색의 찬란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목련이 있는 정물

마티스는 색채를 통해 외부세계가 아닌 자신의 내부감정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대담한 변형과 자유로운 터치 강렬한 보색대비, 평평한 구성 등으로 색채의 해방을 이루었고 야수파를 이끈 화가로 미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늦게 그림을 시작한 마티스였지만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었죠. 그는 화가로서 사는 동안 빠짐없이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노년이 되어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그는 붓 대신 가위를 잡았습니다. 관절염으로 손이 자유롭지 않았고, 십이지장 암 으로 인해 몸을 거동할 수 없을 때에도 그는 침대에 누워 종이를 잘라 붙여 색종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설화를 바탕으로 꾸민 대작 '왕의 슬픔', 앉아있는 여인을 표현한 연작 '푸른 누드' '이카루스', '다발', '폴리네시아 하늘', '폴리네시아 바다' 등 그가 남긴 색종이 그림들은 장식적이고 단순하면서도 몇 가지 색으로도 풍부함을 드러내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왕의 눈물
 
푸른 누드

그의 말년 또 하나의 역작은 로제르 예배당입니다. 그곳은 1948년부터 1951년까지 그가 실내장식 일체를 맡아서 벽화에서 스테인드글라스까지 그의 스타일로 완성된 성당입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푸른색, 초록색, 노란색의 조화로 생명의 나무에서 뿌리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제작되었습니다.

”간결하게 선으로 그려진 성 도미니쿠스와 성모자상도 성당의 편안함을 만들어주는 요소로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이 성당은 현재 마티스의 성당이라 불리며 그의 작품 인생의 완성으로 여겨집니다.

그는 성당을 완성하고 죽기 전 3년간 종이 그림을 그리는 데에만 몰두하고 오로지 그림만을 바라보다 1954년 11월 3일 85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림과 평생을 함께 한 마티스는 끊임없는 예술적 탐구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삶을 살아왔습니다.

20세기 현대미술 야수파의 선구자 앙리 마티스.
그는 평생 그림을 열정적으로 사랑한 화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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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영상 제공 : 서정욱 갤러리 대표 서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