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6.24 03:04
英 연출가 피터 브룩의 연극 '11 그리고 12'
머리가 맑아졌다. 지난 17~20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영국 연출가 피터 브룩(Brook·85)의 연극 '11 그리고 12'는 잠언(箴言)이 고이는 우물 같았다. '살아 있는 최고의 연출가'로 꼽히는 그는 장식을 배제한 빈 무대에서 의미는 물론 재미와 믿음까지 길어올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브룩은 아프리카 수피즘(이슬람 신비주의) 지도자 티에노 보카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만들었다. 붉은 천을 걸어놓은 무대는 둥둥둥 타악 연주로 열린다. 사건 속 인물이자 해설자인 암쿠렐은 관객에게 염주 한 알을 내밀면서 "이 작은 구슬에서 시기와 혐오, 살인과 학살이 나옵니다. 이 염주알이 커지고 커져 폭탄이 되는 걸 내 눈으로 봤어요"라고 증언한다. 이야기는 기도문을 11번 암송하는지 12번 암송하는지를 놓고 벌어진 종파(宗派) 분쟁으로 직행한다.
브룩은 아프리카 수피즘(이슬람 신비주의) 지도자 티에노 보카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만들었다. 붉은 천을 걸어놓은 무대는 둥둥둥 타악 연주로 열린다. 사건 속 인물이자 해설자인 암쿠렐은 관객에게 염주 한 알을 내밀면서 "이 작은 구슬에서 시기와 혐오, 살인과 학살이 나옵니다. 이 염주알이 커지고 커져 폭탄이 되는 걸 내 눈으로 봤어요"라고 증언한다. 이야기는 기도문을 11번 암송하는지 12번 암송하는지를 놓고 벌어진 종파(宗派) 분쟁으로 직행한다.
'11 그리고 12'는 연극성이 강했다. 8명의 남자 배우가 20여개의 배역을 왕복하고, 집·학교·강·사무실·무덤 등 장소 변화도 빈번했지만 이물감(異物感) 없이 매끄러웠다. 브룩은 소품·의상·조명 등 버릴 수 있는 것들은 가능한 한 무대 밖으로 밀어냈다. 오로지 배우의 연기, 순수하면서도 강력한 그 본질에 집중한 것이다.
뱀·똥·신문·하이에나·찻주전자·나비 등을 둘러싼 대화는 삶의 지혜를 들려줬다. "백인들의 똥도 우리 것처럼 까매!" "배고픈 어미 하이에나가 제 새끼를 보고 '네가 양으로 보이는구나'하며 잡아먹었다" 같은 대사는 권력을 비꼬는 것쯤에서 머물지 않는다. 연극 속에서 티에노 보카는 말한다. "세상에는 세 가지 진리가 있다. 나의 진리, 너의 진리, 그리고 진정한 진리. 나의 진리는 너의 진리와 마찬가지로, 진정한 진리의 작은 파편일 뿐이야…."
브룩은 빈 공간에서 현대의상을 입고 셰익스피어를 공연했고,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를 9시간짜리 연극으로 빚어냈던 연출가다. 그의 연극은 직관에 균형 감각이 더해져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맑아서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강물 같았다. '11 그리고 12'는 인생에 대한 무덤지기의 이야기로 마침표를 찍는다. 관객은 텅 빈 무대를 향해 염주를 굴리듯 오래 박수를 쳤다.
뱀·똥·신문·하이에나·찻주전자·나비 등을 둘러싼 대화는 삶의 지혜를 들려줬다. "백인들의 똥도 우리 것처럼 까매!" "배고픈 어미 하이에나가 제 새끼를 보고 '네가 양으로 보이는구나'하며 잡아먹었다" 같은 대사는 권력을 비꼬는 것쯤에서 머물지 않는다. 연극 속에서 티에노 보카는 말한다. "세상에는 세 가지 진리가 있다. 나의 진리, 너의 진리, 그리고 진정한 진리. 나의 진리는 너의 진리와 마찬가지로, 진정한 진리의 작은 파편일 뿐이야…."
브룩은 빈 공간에서 현대의상을 입고 셰익스피어를 공연했고,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를 9시간짜리 연극으로 빚어냈던 연출가다. 그의 연극은 직관에 균형 감각이 더해져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맑아서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강물 같았다. '11 그리고 12'는 인생에 대한 무덤지기의 이야기로 마침표를 찍는다. 관객은 텅 빈 무대를 향해 염주를 굴리듯 오래 박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