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콘서트] '전우야 잘자라' 군가 연주에 참전용사들 울컥

  • 화천=김성현 기자

입력 : 2010.06.24 03:03

전방부대 찾은 관악합주단

"그 노래는 따라 부를 수 없어…."

23일 강원도 화천군 이기자 부대의 대대 강당.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로 시작하는 군가 '전우야 잘 자라'를 연주하기에 앞서, 서울 강남 심포니 관악합주단의 지휘자 조창환씨가 군부대 장병과 6·25 참전용사 400명에게 따라 부르기를 권했다. 하지만 참전용사 한 분은 "이 대목만 들으면 전사한 전우가 떠오르고, 눈물이 쏟아져서 도무지 부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즐겁던 분위기는 순간 숙연해졌다.

조선일보가 올해 우리 생활 곳곳에 클래식 음악을 전파하는 '우리 동네 콘서트'가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최전방 군부대를 찾아갔다. 이 지역과 인연 있는 참전용사전우회 회원과 이기자 부대 장병, 인근 초등학교 학생까지 과거·현재·미래의 주역 4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23일 강원도 화천군 육군 이기자부대 강당에서 강남심포니 관악합주단원들이 우리 동네 콘서트 행사를 열어 장병들과 6·25 참전용사들에게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장병들은 연병장에 두 줄로 도열해서 참전용사 선배들을 박수와 함께 맞이했다. 옛날을 떠올리며 생활관(내무반)을 둘러보는 참전용사들의 육신에는 전쟁이 남긴 상처가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1952년 참전했던 박성호(75)씨는 "북한군에게서 화천발전소를 탈환하기 위해 전투를 치르느라 휴전 때까지 하루도 포화가 멈춘 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강남 심포니 관악합주단은 우렁찬 팡파르에 이어서 '꽃의 왈츠' '결혼 행진곡' '캉캉' '금발의 제니' 등 친숙한 클래식 음악들을 이어 붙인 '인스턴트 콘서트(Instant Concert)'로 분위기를 북돋았다. 그리고 행진곡과 군가에 이어 '조국찬가' '희망의 나라로'를 앙코르로 선사했다.

조윤환(20)일병은 "해병대로 참전했던 내 할아버지께서 한쪽 귀를 다쳐 청력에 손상을 입었지만 언제나 자랑스러워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