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6.21 10:49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의 마지막 부분 애정신은 이렇다. 란제리 차림의 사라(이파니 분)가 마교수(유성현 분)와 뜨거운 키스를 나눈 뒤 와이셔츠를 풀어헤친 마교수의 상체 곳곳을 애무한다. 사라는 마교수의 배꼽 부근까지 입술을 대고 내려가서야 동작을 멈춰 관객들의 숨소리를 멎게한다. 사라의 키스와 애무는 건성건성 하는 연기가 아니다. 실제 정사신를 연상시킬 정도로 애정 신 하나하나에 혼신의 정열을 바쳤다.
플레이보이지 모델 출신의 엔터테이너 이파니(24)가 거침없는 애정 연기로 최근 대학로 극장가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파니는 지난 1989년 마광수 교수의 소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연극에서 여주인공 사라역을 맡아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지난 5월 1일 대학로 한성아트홀에서 막을 올린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누적 관객이 1만여명이 넘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파니가 연극배우로서도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
마광수 교수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가 출간 당시 외설 논란을 불러일으켰듯 이를 바탕으로 한 이번 연극도 과감한 노출과 여과없는 성적대화로 연극인들 사이에 '외설극' 시비를낳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대학교의 국문과 여학생 5명이 캠퍼스에서 교수 등과 좌충우돌 사랑을 가꿔가는 게 그 줄거리.
극 초반 사라는 마교수를 상대로 "내 몸을 먹어봐" "이젠 너는 내거" 등 노골적인 성적 표현을 하며 '섹스의 화신'임을 예고한다. 또 모델 출신의 조수정은 5분여간 상반신을 완전 노출하며 글래머 가슴을 뽐내고, 지승남으로 나오는 남자 배우 김은식은 캠퍼스 정사신에서 성기노출을 감행했다. 연극에서도 이제 성역이 없어지고 있음을 입증한 셈. 관객층은 의외로 여성이 60%를 차지한다고 극단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주 이파니가 출연한 연극을 관람한 뒤 그녀를 무대 바로 곁에 있는 극단 '사라'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2006년 한국 플레이보이모델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던 이파니는 2008년에는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1m74, 49㎏의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 이파니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화장도 지우지 않은 상태에서 시종 밝은 목소리로 기자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연기는 처음한다. 계기가 있었나.
▶올해들어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연기자가 제일 수명이 긴 것 같기 때문이다< 웃음>. 모델생활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연기학원에 등록해야 겠다고 마음 먹고 있던 참에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의 출연제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야한 연극이기에 좀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요즘 영화는 얼마나 야한가를 생각하니 별 문제가 아니었다. 스토리도 고차원적이고 주변에서 "연극을 하면 연기자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해줘 출연을 결심했다.
-연기연습은 어떻게 했나.
▶연극 개봉을 1개월여 앞두고 하루 12시간씩 강철웅 감독님의 지도로 출연배우들과 함께 연기연습을 했다. 그런데 너무 어려웠다. 내가 일상적인 삶을 살아갈 때의 모습이 아니라 연극 배우로 무대에 설 땐 소리도 크게 내야 하고 때로는 울기도 하고, 때로는 춤도 춰야 한다. 막상 개봉일이 다가오자 엄청 불안했는데 첫발 다행히 대사를 하나도 까먹지 않고 무리없이 소화했다.
-연극배우가 갖는 매력이 있다면?
▶관객의 반응이 바로바로 나타나는 게 장점인 것 같다. 관객의 반응이 좋으면 신바람이 나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에 더욱 연기에 몰입하게 된다. 하지만 힘든 점도 있다. 영화처럼 편집과정이 없이 실시간으로 관객들에게 내 연기가 전달되기에 실수를 하면 안된다.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것 같다.
-이 작품 출연배우들의 노출이 전반적으로 과도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마광수 교수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노출이 필요한 연극이다. 관객들이 원작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것이므로 노출도 과감해야 연극이 산다고 본다. 영화의 경우 베드신이 해가 지날수록 더욱 노골적이다. 거기에 대해 특별한 거부감은 없지않은가. 연극도 대중예술로서 스토리상 요구되는 노출은 괜찮다는 생각이다. 성적인 대사도 성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기에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 앞으로도 내용이 탄탄하다면 노출연기에 도전할 계획이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모델로 활동할 때는 항상 예쁘고 완벽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젠 연기자로 나선 만큼 그와 반대로 푼수같은 여자 등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 당분간 공부한다는 자세로 연극에 치중할 생각이다.
-연극 개봉을 앞두고 '싱글맘'이라는 사실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개되었다. 부담은 없는가. (이파니는 지난 2006년 6세 연상의 요리사와 결혼한 뒤 2년 만에 이혼했으며 4세 된 아들이 있음)
▶돈을 어느 정도 벌어 자리를 잡으면 공개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속이 편하다. 아들은 내가 살아가는데 힘을 주고 있다. 아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살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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